시청률 부진을 겪고 있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가 고심 끝에 '새 가수 선발전'이라는 반전 카드를 들고 나왔다.
'나가수2'는 5일 방송 말미에 9월의 새 가수를 공개 선발전을 통해 뽑겠다는 사실을 알리고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모집 요강을 공지했다. 지원자격은 국내에서 정규앨범과 디지털 싱글을 포함한 음악앨범을 1장 이상 발표한 가수로, 장르를 불문하고 솔로나 그룹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경력서와 대표곡 1곡 음원파일, 국내 가요 리메이크 1곡을 오는 17일까지 이메일로 접수하면 합격자에 한해 오는 27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선발전을 갖고, 그 과정을 9월 2일 방송을 통해 공개한다. 이 선발전에서 최종 선발된 가수는 9월부터 '나가수2'의 새 가수로 경연에 합류하게 된다.
'나가수2'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진입 장벽을 낮춰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경직된 무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거란 반응이 있는 반면, 고품격 무대를 지향했던 '나가수2'의 명성에 해가 될 거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나가수'는 시즌 1의 임재범, 박정현, 이소라, YB, 김범수, 인순이 등에 이어 시즌 2에서도 이은미, 한영애, 김건모 등 가요계 거물들을 한 무대에 세우고, 스스로 '신들의 축제'라 자부했다. 아무나 설 수 없는 무대. 최정상급 가수들의 경연. 이것이 '나가수'를 지탱해준 정체성이었다. 시즌 2에 김건모를 섭외하기 위해 김영희 PD가 김건모의 콘서트 현장에까지 찾아갔다는 이야기도 '나가수'의 신성함을 강화했다. 제작진이 삼고초려 하면서까지 '모시고 싶은 무대'라는 인식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줬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낯선 CCM가수 소향이나 팝페라가수 카이가 새로 투입됐을 때도 그들이 상당한 실력자라고 시청자들이 믿어줬던 것 또한 '나가수'의 엄격함을 잘 알고 있어서였다.
그러나 '나가수2'는 스스로 '신'의 위치가 되어 가수들을 평가하고 엄선된 이들만 무대에 세우겠다고 나섰다. 섭외를 위해 삼고초려 하는 수고로움 대신 출연하고 싶은 사람만 출연시키겠다는 오만함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일부에선 파급력이 예전만 못한 '나가수'가 그만큼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냐고 풀이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신들은 모시는 것이지 모집하는 게 아니다. 정상급 가수들 중에 누가 선발전까지 치르면서까지 그 무대에 서겠냐"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지적대로 기존 가수들보다 대중적 인지도와 홍보가 필요한 신인급 가수들이 '새 가수 선발전'에 참가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곧 '나가수2' 무대가 예전만큼의 퀄리티를 담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제작진이 거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생방송 경연과 시청자 참여를 포기한 이유가 바로 '무대의 퀄리티'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선발전을 통한 새 가수 발탁은 여러모로 위험한 선택으로 보인다.
사실상 오디션이나 다름없는 '새 가수 선발전'은 경연의 부담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럽다. '나가수2'는 조별 예선을 통해 상위권과 하위권을 나누고, 하위권끼리의 경연을 통해 탈락자를 가린다. 상위권 경연을 통해 이달의 가수가 선정되면, 12월에 이들이 모여 '올해의 가수전'을 치른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매기는 것 못지않게 경쟁구도가 치밀하게 조직화돼 있어 압박감이 심하다. 그런데 이젠 무대에 서기 위해, 1차 서류 평가와 2차 실기 평가로 이어지는 '자격 심사'까지 치러야 한다. 시청자들이 느낄 피로감이 한층 두터워졌다.
기존의 정상급 가수들과 새 가수들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느냐도 문제다. '신'이란 자격이 부여된 김건모, 이영현, 서문탁, 박상민, 김연우, 정엽 등 기존의 출연진의 경우, 오디션을 통해 올라온 새 가수들과의 경쟁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 있다. 여기에 순위 경쟁에서 밀리기라도 한다면 그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나가수2'는 5월 초 출범 이후 다양한 변화를 모색해 왔지만 시청률은 5~6%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카스텐이란 스타를 만들어내며 반짝 화제몰이를 하기도 했다. 새 가수 선발전이 국카스텐처럼 '신의 한수'로 작용할지 아니면 '악수'로 작용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나가수2'가 더 이상 '신들의 축제'로 불릴 수 없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