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팽팽한 접전에서 8회말 SK 이만수 감독이 선택한 승부수는 정근우였다. 8회말 1사 후 8번 임 훈이 좌전안타를 치자 이 감독은 9번 김성현에게 보내기번트를 지시했다. 2아웃이 되더라도 2루에 주자를 둔 뒤 1번 정근우에게 안타를 기대하겠다는 뜻.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정근우는 8월 들어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6일까지 5경기서 19타수 1안타로 타율이 겨우 5푼3리밖에 되지 않았다. 이날 앞선 세타석에서도 모두 땅볼로 물러났다.
이 감독은 "정근우가 최근 타격이 안좋았지만 그래도 최고의 2루수 아닌가. 언지든지 칠 수 있는 선수라고 믿었다"고 했다.
앞 선 세타석에서 모두 중심을 너무 뒤쪽에 둬서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 정근우는 네번째 타석에선 왼발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마침 배영수의 초구가 치기 좋은 가운데 높게 몰렸다. 바깥쪽으로 던진 128㎞의 슬라이더가 꺾이지 않고 높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온 것. 정근우는 세게 휘둘렀고 좌측으로 날아간 공은 삼성 좌익수 배영수가 다이빙캐치를 시도했지만 글러브 바로 앞에 떨어졌다. 공이 뒤로 빠져 2루주자 임 훈이 여유있게 홈을 밟았고, 정근우는 2루까지 안착.
"솔직히 마음고생이 심했다. 오늘 아침에 와이프가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니 마음편하게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세번째 타석까진 안됐는데 마지막 타석에서라도 안타가 나와 마음의 부담은 덜었다"는 정근우는 "연승을 이어가 기분은 좋지만 개인을 생각하면 여전히 답답하다"고 했다. "이 안타로 타격감이 올라오면 좋겠다. 긍정의 효과를 믿는다"며 부활을 꿈꿨다.
SK로선 정근우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랄 수 밖에 없다. 최근 최 정-이호준-박정권 등 중심타선이 폭발하고 있는데 테이블세터가 출루를 잘 못하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