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를 지켜야죠."
가수 서진필이 7일 한화-두산전이 열린 대전구장에서 유쾌한 시구행사를 가졌다.
서진필은 이날 의형제의 인연을 맺은 박찬호의 초청을 받고 시구자로 나섰다.
경기 시작 3시간30분 전부터 경기장에 도착한 그는 시구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선수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서진필에게 시구 원포인트 레슨을 해 준 이는 한화 에이스 류현진. 박찬호의 소개로 서진필을 알게 된 류현진은 피칭연습을 해주겠다고 자청했다.
하지만 연습을 오래 가지 않았다. 서진필의 숨은 솜씨가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서진필의 투구를 몇 차례 받은 뒤 "야구선수도 아닌데 이렇게 제구가 잘되냐"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서진필은 "사회인 야구에서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그 비결을 전했다.
서진필의 히트곡 '사나이 순정'을 개사한 '박찬호 순정'을 응원가로 사용하고 있는 박찬호는 서진필을 위해 특별선물을 준비했다.
보통 시구자는 구단이 준비해준 글러브를 빌려 시구에만 사용한다. 하지만 박찬호는 구단에 요청해 '서진필'이란 이름 석자가 새겨진 증정용 글러브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서진필은 자신만의 글러브를 받아들고는 박찬호의 섬세한 준비에 감격했다. 하지만 박찬호 글러브는 시구에 사용하지 않았다.
따로 가져온 자신의 글러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글러브에는 '사나이 순정', 'NO 1, 서진필'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서진필의 아는 후배가 야구 글러브 회사를 운영하는데 그 후배로부터 시구자로 나설 때 사용하라고 '협찬'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KIA 홈경기 때에도 시구를 했던 서진필은 준비된 시구 전문 가수였던 셈이다.
서진필은 "박찬호가 선물한 글러브는 흠집이 생길까봐 시구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가보로 간직할 예정이다"면서 "글러브를 협찬해준 후배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전용 글러브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날 '박찬호 순정'을 라이브로 불러 대전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서진필은 시구가 끝난 뒤 박찬호를 꼭 끌어안는 '깜짝쇼'로 볼거리도 선사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