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하나도 없네~."
7일 오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양학선 어머니 기숙향씨(43)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밝았다. 전날 아들이 도마종목에서 남자체조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건 이후 어머니는 수십건의 인터뷰와 축하전화 속에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인터뷰 중 무심코 말한 "N라면 끓여줄까?"라는 한마디에 난리가 났다. "아침에 라면 100박스가 이장님집으로 배달왔어, 깜짝 놀랐지. 농심에서 학선이 금메달 축하 플래카드도 걸리고…. 에고, 정신이 하나도 없네." 양학선 부모님이 사는 비닐하우스가 화제가 되면서 아파트업체들도 앞다퉈 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양학선은 "부모님께 집을 지어드리고 싶다. 편하게 모시고 싶다"는 말을 인터뷰할 때마다 빼놓지 않았었다.금메달 직후 만난 양학선에게 "이제 소원을 풀 수 있을 것같다"고 하자 "그렇게 될까요? 실감이 안나요. 금메달 하나로 정말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었다. 하룻만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양학선은 우선 대한체육회가 책정한 6000만원의 금메달 포상금과 매월 연금 100만원, 군대면제 혜택을 받는다. 정동화 대한체조협회장(포스코건설 부회장)이 지난 1월 체조인의 밤 축사에서 약속했던 대한민국 최초의 금메달리스트 포상금 1억원도 받게 된다. 7일 광주 연고의 SM그룹은 광주 남구 월산동에 건축 중인 우방 아이유쉘 35평형 한 채를 양학선 가족에게 제공하겠다는 뜻을 광주시에 전달했다. 전북 고창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언론에 조명된 직후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지난 5월부터 비인기종목 유망주를 지원하는 '신한 루키 스폰서십'을 통해 양학선을 후원하고 있다. 지원금액은 9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그룹측은 "양학선과 후원 계약 당시 은메달 이상 딸 것으로 봤다. 인센티브가 포함된 금액"이라고 밝혔다. 금메달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지급도 검토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세계 정상에 섰다. 공중에서 세바퀴를 순식간에 비틀어내리는 '난도 7.4'의 원천기술을 구사하는 세계 유일의 선수, 자신의 이름 'YANGHAKSEON(양학선)'을 국제체조연맹(FIG) 코드북에 당당히 올린 창의적인 선수 양학선의 금메달에 감명받은 각계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박태환 이용대 등 전례를 볼 때 CF 촬영 등 스타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렸다.
8일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서 다시 만난 양학선은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나는 것같다"며 웃었다. '양학선 비닐하우스' '양학선 신기술'이 포털 검색어를 모조리 장악했다. 비닐하우스 집이 화제가 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속상해 하지 않았다. 두려움 없는 '도마의 신'답게 당당했다. "창피하지 않아요. 제가 어렵게 산다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동네 사람들도 다 알던 사실이고요. 창피한 거 신경 안써요. 오히려 부모님이 저를 위해 집에서 인터뷰도 해주신 것이 감사하고, 힘이 나죠."라며 웃었다. 양학선의 금메달은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됐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