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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문호를 통해 본 1군과 2군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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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 기록 타율 3할1푼. 멀티히트는 기본이고 4안타 경기도 2경기나 된다. 현장에서는 2군에 있던 선수를 1군으로 불러올릴 때 감독들은 "2군을 씹어먹고 올라왔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2군에서는 적수가 없으니 1군에서 즉시전력으로 활약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표현. 그런데 1군 경기에만 나서면 작아진다. 왜그럴까. 롯데 외야수 김문호의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1, 2군. 실력 자체는 큰 차이 없다. 다만 문제는…

김문호는 올시즌 1, 2군을 4차례나 왔다갔다 했다. 의미가 있다. 외야 자원 중 한 선수에게 문제가 생겨 2군에 내려가는 일이 생기면 콜업 1순위가 바로 김문호라는 뜻이다. 왼손 대타 요원이 필요할 때도 김문호가 선택된다.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전문가들은 김문호의 스윙에 대해 "정말 예쁜 스윙폼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스윙 스피드가 매우 빠르고 공을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어깨가 강하다. 발까지 빠른 것은 보너스. 한마디로 '5툴 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을 갖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2군을 정복한 그가 1군에만 오면 한 없이 작아진다. 올시즌 1군 경기 성적은 48타수 8안타. 타율 1할6푼7리다. 김문호는 "솔직히 투수들만 놓고 봤을 때 수준 차이는 크지 않다. 최근에는 2군 투수들의 공도 정말 좋다. 그런데 1군 경기에만 나서면 조급해진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는 김문호에게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자신있게 스윙하라"고 격려한다. 하지만 언제 2군에 다시 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선수에게 이 말은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김문호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자신있게 하자'고 수없이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타석에만 들어서면 공을 맞히는데 급급해진다"며 답답해했다.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꼭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터 타격은 꼬이게 된다. 눈물 젖은 빵을 먹고 1군에서 스타가 된 선수들의 공통점이 있다. 끝까지 그 선수를 믿고 출전기회를 보장한 지도자가 뒤에 있었다는 점. 롯데만 봐도 전준우가 로이스터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중견수로 꾸준히 출전하며 지금의 자리에 오른 사례가 있다.

▶과거의 명성,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김문호는 덕수고 재학 시절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혔다. 두산 김현수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타격 실력이 비슷하다고 봤을 때 주루, 수비 등에서 훨씬 많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주축 선수로 활약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3순위로 당당하게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문제는 김문호의 동기생들이 지금 프로야구의 주축선수들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김문호의 입에서 류현진(한화) 김현수(두산) 강정호(넥센) 황재균(롯데) 한기주 손영민(이상 KIA) 등 스타 선수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동기들이 잘 돼 배가 아파 스트레스일까. 절대 아니다. 김문호는 "많은 기대 속에 입단했다. 그런데 나는 팬들께 보여드린게 없다. 동기들 중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주위에서 '네가 고등학교 때 더 잘했는데 얼마나 연습을 게을리하고 몸관리를 못하면 저들한테 밀리는가'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정말 자존심이 상한다.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야구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가만히 보면 최근 프로야구에서 초특급 유망주, 드래프트 1순위 선수들의 성공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데뷔했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유망주들이 부지기수였다. 대부분이 1군에 올라오면 그 큰 기대를 이겨내지 못한 탓이었다. 오히려 후순위에 뽑혀 부담없이 훈련하고 실력을 갈고 닦은 선수들이 어느 순간 툭 튀어나와 팀의 중심 선수로 자리를 잡는 사례가 많다.

물론 김문호가 이런 길을 걸을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성실함만 놓고 보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 성격도 매우 순박하고 욕심도 없다. 김문호는 "올해 사이판 전지훈련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 땀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꼭 찾아왔으면 좋겠다"며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