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무대를 멋지게 장식하고 싶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코트에 섰다. 주변에서는 모두 말렸다. 그러나 도전은 이뤄야 할 꿈이었다. 남자 핸드볼의 '월드스타' 윤경신(39)에게 2012년 런던올림픽은 태극마크를 달고 펼치는 '마지막 도전'의 무대였다. 소속팀 두산과 계약이 만료됐지만 후배들과 몸을 만들면서 결전을 준비했다. 선수와 코치, 두 가지 직책을 수행하는 그에게 걸린 기대는 이번에도 컸다. 2m3인 그를 제외하면 유럽의 벽을 뚫을 만한 선수는 없었다.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힘에 부쳤다. 예선 5경기에 나섰으나 그가 얻은 골은 불과 4골이었다. 상대 수비는 타점 높은 왼손 슛을 시도하려는 윤경신을 악착같이 수비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2시즌을 뛰면서 유럽의 장신숲을 헤치고 2908골을 넣은 윤경신이었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후배들과 유럽의 강호들과 맞섰지만, 결과는 8강 조기 탈락과 예선 전패였다. 7일 영국 런던 코퍼박스에서 덴마크와의 열린 런던올림픽 예선 B조 최종전을 마친 윤경신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부터 가슴에 달았던 태극마크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은철(사격) 허승욱(스키) 오성옥(핸드볼)과 함께 한국 선수 최다 올림픽 출전(5회) 기록을 세웠지만, 가슴에 품고 있던 올림픽 메달 획득의 꿈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덴마크전을 마친 윤경신은 담담했다. 그러나 아쉬움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시원섭섭하다. 20년 넘게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이제 선수로서 대표팀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그렇다." 자신을 채찍질 했다. 윤경신은 "체력도 많이 떨어졌고 움직임도 상대팀에 많이 읽혔다"면서 "후배들이 열심히 준비했는데 체력 저하로 많이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다"고 자책했다.그는 "2004년 아테네 대회의 8강전 헝가리와의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날도 오늘처럼 계속 이기다가 막판에 역전을 당해 4강에 오르지 못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가 가장 아쉽다. 마지막 올림픽이라 팀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면서 고개를 떨궜다.
아직까지 국내무대에서는 적수가 없다. 국내에서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의욕은 여전하다. 태극마크를 반납하지만 선수 은퇴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두산과의 계약이 만료돼 현재 소속팀이 없는 윤경신은 "다른 팀으로 간다는 것은 쉽지 않지 않겠느냐. 다만 신생팀이 생기거나 그런 경우가 있으면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선수 은퇴는 지금 말하기 그렇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선수로는 대표팀에서 은퇴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후배들을 양성하며 지도자로도 올림픽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