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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5초의 승부사'양학선"'양1'쓰게해달라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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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도마의 신' 양학선(20·한체대)은 새처럼 날아올랐다. 6일 밤(한국시각) 런던 노스그린위치 아레나에서 펼쳐진 런던올림픽 남자체조 도마 결승에서 짜릿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체조사상 첫 금메달이다. 1960년 로마대회 이후 52년만에 오랜 꿈을 이뤘다. 기다림은 깊었지만 금메달의 순간을 5초의 찰라였다. 양학선은 "몸이 희한하게 깃털처럼 가벼웠다. 몸을 비트는 느낌이 나야 하는데 오늘은 아무 생각이 안난다. 그냥 저절로 돌아갔다"고 했다. 꿈결처럼 가볍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시기, 난도 7.4 비장의 무기 '양학선'을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여홍철의 '여2(뜀틀을 짚고 공중에서 한바퀴를 돌고 정점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두 바퀴반을 비틀어 착지하는 기술)'에서 반바퀴를 더 도는 기술이다. 공중에서 세바퀴반, 1260도를 눈깜짝할 새 비틀어 내려야 한다. 끝까지 '여2'와 '양학선'을 놓고 고민했다. 경쟁자의 점수가 16.266점 이상일 경우 '양학선'을, 그렇지 않을 경우 난도 7.0의 '여2'로 가자고 코칭스태프와 전략을 짰다. 러시아의 데니스 아블리야진이 16.399점을 받으면서 '양학선'을 쓰게 됐다.

양학선은 역시 강심장이었다. 쾌재를 불렀다. "내가 준비해온 거 다 쓸 수 있게 제발 16.266점을 넘어라"고 기도했단다. 진검승부하고 싶었다. 안정적인 금메달이 아닌 도전적인 금메달을 원했다. 세상에 없던 난도 7.4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을 올림픽 무대에서 반드시 성공시켜보이고 싶었다. 1차시기, 완벽하게 세바퀴반을 돌아냈지만 착지가 흔들리며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러나 7.4점의 원천기술의 힘은 워낙 강력했다. 난도점수 7.4점, 실시점수 9.066점. 전광판에 16.466점이 찍혔다.

2차 시기는 '스카라 트리플(손짚고 옆돌아 몸을 펴고 세바퀴 비틀기, 난도 7.0)'이다. 광주체고 시절 은사 오상봉 감독 아래 마스터한 익숙한 기술이다. 눈감고도 할 만큼 혹독하게 연습을 거듭했다. 한치의 오차없이 완벽하게 꽂아냈다. 포디움이 뜨거운 박수소리로 넘쳐났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고 했다. 이호식 기술위원장이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클린 연기"였다고 극찬했다. 실시점수 9.6점, 무려 16.600점을 받아냈다. 평균 점수 16.533점의 양학선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다.

런던 입성 후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렸다. 태릉선수촌에 노메달로 돌아온 후 친한 동료들이 등을 돌리는 악몽을 꿨다. 경기 이틀전엔 경기 직후 순위가 나오지 않는 꿈을 꿨다. 어머니 기숙향씨가 막내아들을 안심시켰다. "엄마가 대신 아주 좋은 꿈을 꿨다"고 했다. 금메달을 딴 후 "엄마의 꿈이 궁금하다. 얼른 물어보고 싶다. 너무 보고싶다"며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박종훈(1988년 서울올림픽 동메달), 유옥렬(1992년 바르셀로나 동메달), 여홍철(1996년 애틀란타 은메달) 등 이 종목의 걸출한 선배들도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뤘다. 1960년 로마부터 2008년 베이징까지 총 13차례 올림픽에서 은4, 동4에 그쳤던 한국 체조 50년 '노골드'의 한을 마침내 풀어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