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도쿄세계선수권에서 난도 7.4, 세상에 없던 원천기술 'YANGHAKSEON(양학선, 일명 '양1')을 들고 세계를 제패했다. 믹스트존에 세계 체조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런던올림픽 목표를 묻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골드메달!"이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10개월 뒤 런던 포디움, 약속은 지켜졌다. 구름판에 설 때 가장 행복하다던 1m59의 작은 거인이 마침내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1차시기 ''양1'의 착지가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양학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2차시기 스카라트리플을 완벽하게 꽂아냈다. 위기를 극복했다. 금메달이었다. 조성동 체조대표팀 감독과 최영신 코치가 뜨겁게 환호했다. 나비처럼 날아올라 벌처럼 꽂았다. 아름다운 5초였다. 포디움이 떠나갈 듯 박수가 쏟아졌다.
'도마의 신' 양학선(20·한체대)이 6일 밤(한국시각) 런던 노스그린위치 아레나에서 펼쳐진 런던올림픽 남자체조 도마 결승에서 짜릿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종훈(1988년 서울올림픽 동메달), 유옥렬(1992년 바르셀로나 동메달), 여홍철(1996년 애틀란타 은메달) 등 이 종목의 걸출한 선배들도 차마 이루지 못한 꿈이다. 1960년 로마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대회까지 총 13차례 은4, 동4에 그쳤던 한국 체조 50년 '노골드'의 한을 마침내 풀어냈다.
8명이 나서는 결선 무대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처음부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세계 최고의 난도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면 금메달은 '떼논 당상'이라고들 했다. 외국 베팅업체에서도 양학선의 금메달을 기정사실화했다. 공중에서 1080도를 돌고 나서 완벽하게 꽂아내는 '기적'같은 일이다. 1차 시기 난도 7.4 비장의 무기 '양1'을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여홍철의 '여2(양손으로 뜀틀을 짚고 공중에서 한바퀴를 돌고서 정점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두 바퀴반을 비틀어 착지하는 기술)'에서 반바퀴를 더 도는 기술이다. 공중에서 세바퀴, 1080도를 눈깜짝할 새 비틀어 내렸다. 이 5초를 위해 5만번 이상의 도움닫기를 했다. 완벽한 착지를 선보였다. 난도점수 7.4점 실시점수 9.066점 전광판에 16.466점이 찍혔다. 착지가 흔들리며 앞으로 쏠렸다. 그러나 7.4점의 원천기술의 힘은 워낙 강력했다.
2차 시기는 '스카라 트리플(손짚고 옆돌아 몸을 펴고 세 바퀴 비틀기, 난도 7.0)'이다. 광주체고 시절 은사 오상봉 감독 아래 마스터한 익숙한 기술이다. 눈감고도 할수 있는 이기술을 완벽하게 꽂아냈다. 실시점수 9.6점, 16.600점을 받아냈다.
평균 점수 16.533점의 양학선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다. 2위 러시아의 데니스 아블리야진(16.399점), 3위 우크라이나의 이고르 라디비로프(16.318점)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적수가 없었다. 절대적이고 우월한 점수로 꿈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마에 필요한 달리는 힘, 밟는 힘, 미는 힘 3박자의 조화가 완벽하다. 큰 무대에서 오그라들지 않는 강심장을 지녔다. 거침없이 당당하게 자신의 첫 올림픽을 즐겼다.
평생 미장일을 해온 아버지 양관권씨(53)와 공장일을 해온 어머니 기숙향씨(43)는 어려운 형편에도 막내아들을 구김살 없이 키워냈다. 기씨는 "학선이를 가졌을 때 도랑에 흘러들어온 붕어가 비단잉어로 변해 높은 곳에서 재주를 넘으며 갈채 받는 꿈"을 꿨다고 했다. 20년 후 오늘을 예견한 100% 예지몽이었다. "사주를 보면 해외에 다니며 이름을 떨칠 운이라고 한다. 우리는 비행기도 못타봤지만 우리아들은 성공했다"며 흐뭇해 했다. 돈이 부족했을 뿐 사랑이 부족했던 적은 없었다. 아버지가 허리를 다쳐 미장일을 못하게 되면서 지난해 귀농을 택했다. 양학선의 부모님은 전북 고창의 비닐하우스 단칸방에서 산다. 양학선이 태릉에서 외박을 받아 집에 올때면 온식구가 오손도손 한방에서 잔다. 양학선의 머리맡, 단칸방 벽에는 아버지가 아들의 경기를 보러다니며 직접 찍은 삐뚤빼뚤한 사진들이 걸려 있다. "링에서는 팔이 흔들렸고, 여기선 다리가 구부러졌어."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된 자세만 골라 벽에 붙여놓았다. 아버지의 사랑이 듬뿍 담긴 '오답노트'다. 아들을 런던에 혼자 보내고 어머니는 늘 노심초사했다. 씩씩한 아들이 부담감에 마음을 쓸까 걱정하면서도 "'우리아기'는 워낙 강심장이라 괜찮아, 잘할 것"이라며 무한믿음을 보냈다.
사랑받고 자란 양학선은 어딜 가도 당당하다. 가족을 가슴에 품고 달리는 '효자' 양학선에게 런던 금메달은 놓칠 수 없는 꿈이었다. 허리 아픈 부모님, 일만 하는 부모님이 이제는 편해지셨으면 한다. 인터뷰마다 "금메달을 따서 부모님께 번듯한 집을 지어드리고 싶다"는 꿈을 감추지 않았다. 양학선의 꿈도, 부모님의 꿈도, 체조계의 꿈도 모두 이루어졌다. 스스로 길을 열었다. 두려움 없이 당당한 청춘 '양신'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