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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제자리걸음' 한국수영, 언제까지 박태환만 바라볼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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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에서 중국 수영은 금메달 5개(은2, 동3)를 수확했다. 역대 최고의 성적이다. 마이클 펠프스(27)와 미시 프랭클린(17), 두 명의 4관왕을 배출한 미국(금16, 은8, 동6)에 이어 수영 종목에서 세계 2위에 올랐다. 아시아에서 일찌감치 수영 강국으로 발돋움한 일본(은3, 동8· 9위)도 제쳤다. 반면 한국 수영은 박태환(23·SK텔레콤)이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따낸 은메달 2개에 만족해야 했다. 나머지 14명의 선수들은 빈손으로 귀국길에 오른다.

'제2의 박태환 발굴'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부터 되풀이됐던 얘기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한국 수영의 모습은 어떤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박태환만 바라본 결과는 참담했다. 역대 올림픽 결선 출발대 위에 서 본 한국 선수는 2004년 여자 개인혼영 200m의 남유선과 박태환, 둘 뿐이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평영 200m의 백수연(강원도청)과 정다래(수원시청), 여자 접영 200m의 최혜라(이상 21·전북체육회)는 준결선이 마지막 무대였다. 지난해 상하이세계선수권 남자 평영 200m에서 결선행 티켓을 따냈던 최규웅(22·한국체대)은 예선 탈락했다. 높아진 세계와의 격차를 전혀 줄이지 못했다. 백수연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최고기록도 경신하지 못했다. 박태환을 제외하면 당장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고사하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노메달에 허덕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 수영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

박태환의 전담코치인 마이클 볼의 수영클럽에 속해 있는 토드 던컨 코치는 이번 대회 백수연의 스트로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백수연의 현실은 초라했다.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전체 8위(2분24초46)를 기록한 샐리 포스터(호주)보다 겨우 0.21초가 뒤졌지만, 메달을 딴 선수들에 비하면 4~5초 가량 뒤졌다. 턴 동작에 문제점이 노출됐다. 백수연은 기술적인 부분만 보완이 된다면 대형 선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그러나 국내 지도자들의 기술력은 한계가 있다. 전문 지도자를 육성하는데도 시간이 적지않게 걸린다. 빠른 시간 안에 기술력 향상을 이루기 위해선 '해외 유학'이 답이다. 국내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면 오히려 기록이 침체되는 경향이 있다.

좋은 예는 박태환이다.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볼 코치를 만난 뒤 호주에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신 효자종목'으로 급부상한 펜싱대표팀도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6개월간 전지훈련으로 기량을 끌어 올렸다. 손연재(18·세종고)도 리듬체조 강국인 러시아에서 훈련한 끝에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대한수영연맹의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연맹은 지난해 상하이세계선수권 이후 대표 선수들의 국제대회 감각 향상을 위해 유럽투어 전지훈련을 보냈다. 자신감은 가질 수 있었겠지만, 정작 중요한 무대에선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감각도 중요하지만, 기본기 점검과 기술 습득이 먼저다. 더 이상 단기적인 계획으로는 발전을 이룰 수 없다.

과학의 접목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중국 수영대표팀은 선수들의 동작을 분석하기위해 만든 수중 촬영 장비에 우주과학을 동원시켰다. 부식성이 강한 수영장 물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우주비행 분야에 쓰이는 촬영 장비를 바닥에 설치했다. 선수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영법상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한국의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수영에 접목시키고 있다. 그러나 좀 더 현장과의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

수영 저변 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묵과할 수 없다. 롤모델은 중국이다. 한국이 박태환에게만 목을 매고 있을 때 중국과 일본은 박태환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 육성에 신경썼다. 중국은 쑨양의 앞세대 격인 장린도 호주에서 수영 유학을 했고, 쑨양 역시 호주에서 수영을 배웠다. 호주의 수영 스타 그랜트 해켓을 키워낸 데니스 코터렐이 코치였다. 쑨양과 박태환 전담팀의 관계자는 "호주 내의 여러 수영 클럽에 수많은 중국 선수들이 수영을 배우고 있다. 중국 수영의 저변이 많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 수영은 호주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계영 종목에서 '스승'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하루빨리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