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살을 빼기 위해 안달일 때 억지로 살을 찌운 여배우가 있다. 영화 '통통한 혁명'(감독 민두식)의 이소정이 그 주인공이다.
일반적으로 여배우들은 보이든 보이지 않든 24시간 살과의 전쟁을 한다. 1㎏에 민감한 게 여배우인데 이소정은 반대로 과감하게 20㎏을 억지로 늘렸다. 오로지 영화를 위해서다. '통통한 혁명'은 잘나가는 톱모델 도아라(이소정)가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포토그래퍼 강동경(이현진)과 사랑에 빠지면서 살 찌우기 프로젝트를 벌이는 영화다. 영화의 핵심이 바로 여배우의 살찌우기인 셈. 그런데 이소정은 1m75에 52㎏의 모델급 몸매를 자랑하는 배우. 살찌우는 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어머니 체형이 1m71, 47㎏일 정도로 몸매가 좋으세요. 가족들 체형이 다 그래서 살찌우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영화 촬영하면서 살찌고 싶어서 식당에서 파스타, 리소토, 피자 다 깔고 먹었어요. 다 두 그릇씩이요.(웃음) 집에선 스팸과 라면 많이 먹었죠. 주치의가 급격하게 살찌운다고 감독님보고 살인자라고까지 얘기했죠. 결국 출연료보다 음식값이 더 많이 나간거 같아요."
이소정에겐 어찌 보면 남는 장사가 아니라, 손해 보는 장사이기도 하다. 저예산의 독립영화라 개런티도 많지 않은데, 음식값 들이며 몸매와 건강까지 망가뜨리며 연기를 했다. 촬영을 끝내곤 다시 다이어트로 살을 빼는 과정까지 겪었으니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이소정은 "음식값보다 특수분장 비용이 더 비싸다"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인다. 그녀의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초등학교는 영국에서 중고등학교, 대학교는 캐나다에서 다녔던 이소정은 연기가 하고 싶어 무작정 한국으로 돌아왔다. 좋은 학교에 좋은 성적을 올리던 우등생이었지만, 연기자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과감하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등학교 때 연기가 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어머니가 무서워서 말씀도 못 드리고 그냥 한국에 와서 연기를 시작했죠. 연기한다고 가출도 하고요.(웃음) 그렇게 열아홉살 때 컵라면 광고를 처음 찍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는데, 어머니가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라며 그때부터 많이 도와주셨죠."
이소정은 드라마 '타짜'에서 평경장의 딸로 출연해 장혁과 애틋한 러브라인을 선보이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신인 여배우로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후속 작품인 드라마 '드림',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2' 등이 흥행에 부진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이소정은 아쉬워하거나, 조급해하지 않는다. 여전히 씩씩하고 연기에 대한 학구열이 넘친다.
"이번이 장편 영화의 첫 주연이었어요. 전에 30분짜리 영화에 주연으로는 해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끌고 가는 게 도전이었죠. 정말 어려웠어요. '아무나 주연을 하는 게 아니구나, 주연이라고 좋은 게 아니구나' 등 여러가지를 느꼈죠. 그래도 손발은 오글거리지만, 저를 보면서 정말 많은 공부가 됐어요. 주연으로서 갖춰야할 것들과 제가 부족한 것들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어요."
일 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이소정이다. 그래서인지 이미 영화 속 살찐 몸매는 사라진지 오래다. 20㎏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몸매를 다시 만들었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길이다. 신인이지만 프로의 자세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소정을 그렇게 만났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