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경기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남 유스 출신 지동원(21·선덜랜드)은 황도연 김영욱 등 동기들 사이에 '될 놈'으로 불린다. '뭘해도 될 놈'이라는 뜻이다. 광양제철고 시절부터 큰 경기에 유독 강했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실력은 기본, 큰경기마다 천운도 뒤따랐다.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의 첫 시즌은 시련이었다. 마틴 오닐 선덜랜드 감독은 기존의 베스트11을 고집했다. '가능성 있는 유망주'로 분류됐을 뿐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고작 2경기 선발에 그쳤다. 경기력 저하는 어쩌면 당연했다. 홍명보호의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교체로 뛰었다. 컨디션은 문제 없었다. 경기력, 자신감 면에서 부족했다.
영국연합팀과의 8강전에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지동원을 선택했다. 영국에서 외로이 고군분투해온 제자의 마음을 살폈다. 그 아쉬움이 승리를 향한 절실한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 믿었다. "이곳에서 1년동안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자신이 보여주지 못한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선수보다 자신있고 힘있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지동원은 그 믿음에 보답했다.
5일 새벽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홈팀 영국과의 런던올림픽 8강전, 선제골은 그의 몫이었다. 전반 29분 기성용이 수비라인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정확하게 떨궜다. 지동원의 그림같은 왼발 중거리포가 작렬했다. 한국의 '최연소 프리미어리거'가 영국의 심장을 쐈다. 이 한골로 홍명보호의 기적같은 사상 첫 4강(1대1 무, PK 5-4 승)을 이끌었다.
지동원이 국제무대에서 첫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10년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이란과의 3~4위 결정전이다. 2-3으로 패색이 짙던 후반 막판 2골을 몰아치며 4대3 대역전극을 빚어냈다. 한달 후 조광래 감독의 A대표팀에 발탁됐고, 12월 30일 시리아전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신고했다. 2011년 1월 아시안컵은 지동원을 위한 무대였다. 6경기에서 4골2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행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EPL 첫 시즌에 기록한 2골 역시 첼시, 맨시티 등 강팀들을 상대로 한 것이다. 특히 지난 1월2일 맨시티전 골은 명불허전이었다. 리그 1위 맨시티전 극적인 인저리타임 골로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그라운드에 뛰어든 남성팬의 키스세례를 받으며 영국 현지 신문 스포츠면을 '도배'했다.
그리고 영국과의 맞대결, 또다시 대포알같은 중거리포로 '큰물 본능'을 뽐냈다. 당초 홈팀 영국전은 전력, 홈 텃세 등 모든 면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은 영국과의 대결에 두려움 없이 맞섰다. '가장 좋아한다는 선배' 박주영과 투톱으로 나서 중앙, 측면, 미드필드까지 폭넓은 공간을 장악하며 맹활약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또한번 '기적의 아이콘'이 됐다. 소속팀 선덜랜드 공식 홈페이지가 지동원의 활약에 주목했다. '지동원이 놀라운 골로 영국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썼다. 지동원의 메신저 대화명은 'Be patient(인내하자)'다. 쓰디쓴 인내가 마침내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