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열린 프로야구에서는 흥미로운 기록이 하나 나올 뻔했다. 8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4개구장의 선발 매치는 잠실 김승회-서재응, 목동 강윤구-리즈, 대전 류현진-송은범, 부산 유먼-탈보트였다. 이 가운데 SK 송은범만이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송은범은 5이닝 동안 88개의 공을 던지면서 3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송은범은 1이닝을 더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SK는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했다. 하루에 8명의 선발투수가 한꺼번에 퀄리티스타트를 올리는 것은 보기 드문 기록이다.
퀄리티스타트(QS·quality start)는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 던지면서 3자책점 이하로 막았음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서도 공식 시상 부문은 아니다. 그저 선발투수의 투구 내용을 평가하는 기준일 뿐이다. 국내에서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한창 맹위를 떨치던 90년대 후반 QS 개념이 소개됐고, 그라운드 현장에서는 2000년대 이후 QS를 가지고 선발투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에서 QS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지난 85년이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스포츠기자 존 로(John Lowe)가 선발투수의 투구 내용을 평가할 수 있는 수단으로 QS를 고안해냈다고 한다. 물론 QS의 범위에 대해서는 너무 '후하다'는 비판도 따른다. '6이닝-3자책점'은 평균자책점으로 환산하면 4.50인데, 보통 전체 투수의 평균자책점이 4점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후한 기준이라는 말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선발투수가 해당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3자책점 이하로 던져준다면 대부분의 감독들은 만족감을 나타낸다. 이는 곧 QS 여부로 선발투수를 평가하는 방식에 무리가 없다는 의미다.
두산과 KIA는 이날 경기까지 최근 10경기 연속 QS를 기록했다. 실제 8개팀 가운데 두 팀은 선발투수가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은 니퍼트-김선우-이용찬-노경은-김승회, KIA는 윤석민-서재응-소사-앤서니-김진우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이 확고하다. 이 기간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이 두산 1.62, KIA 2.16이었다. 두 팀이 후반기 주목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장기 레이스에 절대 필요한 든든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로테이션이 안정적인 팀은 연패에 빠질 가능성이 적다. 또 포스트시즌같은 단기전에서도 투수 운용폭이 넓어져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6월말 이후 두 팀의 상승세를 타며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선발진의 힘이었다. 덕분에 두산은 팀 창단 이후 유례가 없던 '선발 야구'를 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고 있으며, KIA 선동열 감독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불펜 야구'의 이미지를 벗게 됐다.
KBO에 따르면 팀 최다 연속경기 QS는 지난 95년 LG가 기록했다. 그해 7월2일 잠실 삼성전부터 8월4일 광주 해태전까지 19경기 연속 QS 행진을 이어갔다. 95년 LG 선발은 역대 최강으로 꼽힌다. 에이스 이상훈을 비롯해 정삼흠 김태원 김기범 등이 LG의 로테이션을 이뤘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불펜 요원들만 돌아오면 후반기 승부를 걸여야 할 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선발진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선 감독은 "7년의 감독 생활중 가장 좋은 투수를 만난 것 같다"며 두 외국인 선발투수의 활약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강력한 선발진을 거느린 두산과 KIA의 후반기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