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을 꿈꾸는 홍명보호가 가장 큰 도전에 나선다. 한국은 5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각)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영국과 8강전을 치른다.
관건은 역시 골이다. 홍명보호가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경기 내용은 만점을 줄 수 있을 정도다. 미드필드를 거쳐 전방까지 나가는 과정이나 속도면에서는 역대 대표팀 중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력한 압박을 앞세운 수비도 지금까지는 완벽에 가깝다. 영국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불러모았지만, 조별리그에서 보여전 모습만 놓고 본다면 홍명보호가 낫다. 문제는 결정력이다. 홍명보호는 3경기에서 38번의 슈팅을 때렸다. 이 중 골문을 가른 것은 2골에 불과할 정도로 빈공에 시달리고 있다. '와일드카드' 박주영(27·아스널)과 함께 최전방을 책임지는 '캡틴'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의 결정력이 살아나야 한다.
수비적 역할에서만보면 구자철의 활약은 나무랄데가 없다. 최전방부터 과감한 압박을 펼치며 상대 수비수들이 원활하게 공격작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홍정호(23·제주) 장현수(21·FC도쿄)가 부상으로 낙마하며 우려를 낳았던 수비진이 지금까지 단 1실점으로 선방하고 있는데는 구자철의 헌신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탁월한 키핑력으로 한국식 점유율 축구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결정력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결정적 순간마다 슈팅이 빗나가고 있다. 멕시코전과 스위스전에서 모두 한차례씩 골대를 맞춘 구자철은 가봉전에서도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잡았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구자철의 포지션을 두고 고심하던 홍명보 감독은 그를 섀도 스트라이커로 낙점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보여준 구자철의 득점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후 15경기에서 5골을 터뜨렸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득점왕의 위용을 재연했다. 박주영 외에 이렇다할 득점자원이 없는 홍명보호에서도 득점본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됐다. 분위기도 좋았다.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도 골맛을 보며 감각을 예열했다. 그러나 정작 본선에 들어서서는 아직까지 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과의 8강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구자철이 터져야 한다. 박주영은 스위스전에서 골을 터뜨렸지만, 아직 100%가 아니다. 아스널에서 1년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경기템포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움직임은 여전하다. 수비를 끌고 다니며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박주영이 만들어준 공간을 침투해 마무리하는 것은 구자철의 몫이다. 한국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수위로 평가되는 영국과의 경기에서는 조별리그처럼 많은 찬스를 만들기 쉽지 않다. 단 한번의 찬스에서 득점을 해야한다. 선제골을 만들어낸다면 열광적인 영국팬들도 입을 다물 것이다.
아직 골을 넣지 못했지만, 구자철의 자신감은 여전하다. 그는 "개인적으로 경기를 즐기고 있기 때문에 팀이 어려울 때 골이든 도움이든 해줄 것이다.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 골을 못 넣을 것이라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웸블리 스타디움을 떠나며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다시 웸블리 경기장의 잔디를 밟으려면 결승에 진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8강을 넘어야 한다. 구자철이 본인 말대로 어려운 순간 팀을 구해낼 수 있을지. 그의 발끝에 4강행이 달려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