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단일팀이 구성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축구협회는 끝내 불참을 선언했지만, 웨일스축구협회가 자리를 지켰다. 웨일스 소속으로 영국 단일팀에 합류한 선수는 라이언 긱스(맨유)와 애런 램지(아스널), 크레이그 벨라미(리버풀), 네일 테일러, 조 앨런(이상 스완지시티) 등 5명이다. 흥미로로운 점은 이들 중 긱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주전으로 활약했다는 것이다. 테일러는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고, 앨런은 더블 볼란치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램지와 벨라미, 긱스는 원톱 다니엘 스터리지(첼시)를 지원하는 2선 공격라인에 포진됐다.
올림픽 메달권 진입 관문 앞에 선 홍명보호의 적은 다름아닌 '웨일스 라인'이다. 이들을 제대로 봉쇄하지 못하면 힘든 경기를 할 것이 자명하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포진한 벨라미는 패스 뿐만 아니라 순간 돌파와 마무리에 재능을 보여온 선수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정도로 뛰어난 투쟁심은 영국 단일팀이 조별리그에서 순항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강하게 나올 것으로 보이는 영국 단일팀의 선봉에는 벨라미가 포진해 있다. 양 날개 램지와 긱스의 위력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1차 저지선 역할을 할 앨런과 오버래핑으로 램지를 도울 것으로 예상되는 테일러 역시 경계 대상이다.
이들의 활약상에 더욱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8강 경기 장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은 웨일스의 안방이다. 한국과의 8강전이 결정된 직후 7만여장의 표가 동이 났다. 밀레니엄 스타디움 측은 이날 개폐식 지붕을 닫고 한국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경기장 운영상의 이유라기보다 홈 팬들의 응원 효과를 극대화 하려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어려운 싸움이다. 그러나 빠져 나갈 구멍도 있다. 영국 단일팀이 조별리그에서 기록한 5골 중 절반 이상에 기여한 벨라미의 발을 묶는데 주력해야 한다. 투쟁력이 좋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대인마크에 취약점을 보이는 점을 이용해야 한다. 램지와 긱스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램지는 파워, 긱스는 스피드에서 다소 약점을 보이고 있다. 포백라인과 더블 볼란치의 유기적인 협력수비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충분히 싸워 볼 만하다. 앨런과 테일러가 버틴 수비라인에서는 박주영(아스널)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해 볼 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빠른 공간침투로 활로를 만들어 간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홈 이점을 등에 업은 영국 단일팀, 고향 팬들 앞에 선을 보이는 웨일스 선수들은 분명 어려운 상대다. 그러나 부담은 즐기면 된다. 축구공은 둥글다. 지난 3년간 절치부심하며 목표를 향해 달려온 홍명보호다. 충분히 이변을 만들어 낼 힘이 있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