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석민이 시즌 19호 홈런포를 터뜨렸다. 사연이 있는 홈런이다.
박석민은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양팀이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7회초 1사 1루 상황서 타석에 들어서 상대 선발 유먼을 상대로 좌월 투런포를 터뜨렸다. 시즌 19호 홈런. 이날 경기 4회 팀 동료 이승엽이 18호 홈런을 터뜨리자 박석민이 곧바로 홈런을 추가하며 도망가는 형국이 됐다.
재미있는 것은 이 홈런이 나오기 전 박석민과 유먼 사이에 신경전이 있었다는 점. 박석민은 5회초 선두타자로 두 번째 타석을 맞았다. 결과는 좌익수 플라이 아웃. 그런데 1루를 거쳐 마운드 근처를 가로질러 3루측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박석민에게 유먼이 머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TV 중계 화면에 선명히 잡혔다. 유먼은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박석민을 계속해서 응시하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마치 눈에서 레이저 빔이 발생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이었다.
유먼은 이닝 종료 후 덕아웃에 들어가 주형광 투수코치, 박준혁 통역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홍성흔은 유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시키기도 했다. 확인 결과, 유먼은 타석에서 박석민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타격 준비 동작에서 잔동작도 많은데다 타임까지 불러 유먼의 심기가 불편해진 것. 평소 공격적인 성향의 유먼답게 다음 타석에서 박석민을 맞아 공격적인 투구를 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유먼은 홈런을 허용하자마자 포수 강민호에게 적극적으로 미안하다는 표시를 했다. 강민호의 사인대로 유먼이 공을 던지지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인 투수들은 국내 타자들의 타격, 주루 때의 행동들에 대해 불만의 표시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유먼도 잘 알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예민했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 선발 탈보트도 평소답지 않게 이날 경기에서는 마운드에서 큰 제스처를 계속 보여 눈길을 끌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