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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현일의 동메달 도전이 값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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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드민턴의 맏형 이현일(32·요넥스)은 배드민턴계에서 '돌아온 탕자'라고 불린다.

두 차례나 태극마크를 벗어던지고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태극마크를 단 이현일은 공교롭게도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세 번째 도전을 한다.

세계랭킹 10위 이현일은 3일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세계 1위 린단(중국)에게 패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현일은 올림픽에 세 번째 도전하는 베테랑이이지만 올림픽 노메달의 한을 품고 있다.

지난 두 차례 올림픽 때마다 이현일은 한국 배드민턴에서 가장 유력하게 꼽은 메달 후보였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어김없이 빗나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16강전에서 탈락하며 한국 배드민턴에 첫 충격을 안겼다. 절친한 친구이자 지금은 대표팀 단식 코치로 도와주고 있는 손승모가 이변의 은메달을 따는 모습을 구경만 해야 했다.

이 때부터 이현일의 방황은 시작됐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하며 남자단식 최고 에이스로 주목받았기에 충격이 더 컸다. 깊은 슬럼프가 찾아왔다. 스스로 의욕을 잃고 훈련을 게을리했다.

2007년 1월 코리아오픈에서 1회전부터 탈락하자 태릉선수촌을 뛰쳐나와 은퇴를 선언했다. 나이와 실력 모두 전성기였기에 코치와 선배들이 그냥 두지 않았다.

주변에서 어르고 달랜 끝에 4개월 만에 복귀하도록 만들었다. 이현일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목표로 잡고 새출발을 했다.

베이징에서는 뭔가 될 것 같았다. 중국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중국 선수들을 잇달아 꺾으며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당시 세계최강 리총웨이(말레이시아)에게 1대2로 아쉽게 덜미를 잡혔다.

3-4위전으로 밀린 이현일은 동메달만 따더라도 아테네의 한을 씻으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의 천진에게 이 꿈마저도 빼앗기고 말았다.

이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또다시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대들보 이현일이 없는 대표팀은 뭔가 부족했다. 이현일만한 후배도 등장하지 않았다.

결국 당시 김중수 감독과 동료 선수들은 이현일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런던올림픽을 진짜 은퇴무대로 삼고 청춘을 쏟아부어도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현일은 "이번에는 기필코 메달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4년전 동메달을 앗아갔던 천진을 상대로 이번 대회 8강전에서 설욕하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3-4위 결정전에서 '만리장성'에 막혔던 설욕을 다시 하면 된다. 5일 오후 3-4위전 상대인 중국의 천룽은 세계 3위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역대 맞대결에서도 2승3패로 열세다.

하지만 최근 2년새 3경기에서 2승1패로 힘의 균형이 바뀐 상태다. 이현일의 값진 동메달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