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펜싱 플뢰레 대표팀이 펜싱종주국 프랑스를 꺾고 감격의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낸 건 한국 펜싱 사상 최초다. 끈끈한 팀워크가 이끌어낸 값진 메달이다.
한국은 3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전 3-4위 결정전에서 프랑스를 45대32로 완파했다. 단체전은 3명의 선수가 번갈아가며 3라운드씩 총 9번의 대결을 치른다.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남현희(31·성남시청)와 전희숙(28·서울시청), 정길옥(32·강원도청),오하나(27·성남시청) 프랑스 응원단의 일방적인 응원속에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1라운드 남현희가 아스트리드 구야르를 5-4로 눌렀고, 정길옥이 2라운드 코린 메트르장에 4-6으로 졌다. 3라운드 전희숙이 해결사로 나섰다. 이사오라 티뷔스를 6-0으로 제압했다. 이어 베테랑 정길옥도 힘을 냈다. 아스트리드 구야르를 5-0으로 꺾었다. 한국은 한발 한발 앞서 나갔다.
중반 이후 프랑스의 추격이 거셌다. 하지만 한국 낭자들은 기가 꺾이지 않았다. 남현희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번 메달로 남현희는 베이징에 이어 2연속 메달을 기록했다. 꿈에 그리던 금메달은 놓쳤지만 올림픽에서 메달을 2개 딴 최초의 선수가 됐다. 한국펜싱이 역대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금2 은1 동3이다. 한국 펜싱은 런던에서만 금1 동3을 따내며 유럽의 중심에서 펜싱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 펜싱 사상 첫 단체전 메달을 획득한 여자 플뢰레 대표팀의 힘은 '끈끈한 팀워크'였다. 남현희와 전희숙, 정길옥, 오하나는 오랜시간 팀워크를 다져온 선후배 검객이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아시아선수권 단체전 우승을 휩쓸었다. 세 살 어린 전희숙이 남현희의 기술을 보고 배우면서 이를 넘어서려 노력하고, 남현희는 후배의 상승세에 자극을 받아 실력 향상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선의의 경쟁'이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 오하나가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뜨거워 졌다. 오하나는 2010년부터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 1위, 같은 해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 3위와 단체 1위에 오르는 등 동년배 전희숙과 함께 세계 무대에 도전할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로 평가 받았다.
세 명의 동생이 서로 뜨겁게 경쟁하면서 실력을 키웠다면, 정길옥은 조용히 자신의 몫을 하며 '버팀목' 역할을 하는 편이다. 주요 국제대회 개인전 우승을 차지해 본 경험은 없지만 2005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래 꾸준히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힘을 보탰다. 2011년과 2012년 아시아선수권 단체전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1위를 합작하기도 했다. 결국 팀워크가 만들어낸 땀의 결과물이 나왔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