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하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바쁜데 연기를 할 용기가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정말 매력이 있더라구요."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에서 기타 겸 보컬을 맡고 있는 이종현(22)은 데뷔 때부터 연기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룹 내 다른 멤버들과 달리 음악만 고집해왔다. 하지만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했던 '환상의 콤비'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가 인생의 궤도를 바꿔놓았다.
이종현은 화제의 드라마 SBS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이 연기하는 주인공 김도진 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19살 아들 콜린 역으로 연기자 신고식을 화려하게 치렀다. 최고의 스태프와 출연진을 자랑하는 작품을 통한 데뷔는 그에게 적잖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제가 어떻게 이런 분들과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예뻐해 주셔서 힘이 됐어요. 연기적으로 사실 많이 부족했지만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그는 아이돌 출신이라면 한번쯤 거쳐가는 연기력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오랜 세월 쌓아온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연기자들 사이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그는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다시는 이런 현장을 경험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충분히 혼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늘 배려해주시고 신경써주시는 연기자 선배님들과 스태프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어요."
그가 바라본 '꽃신사' 4인방을 어땠을까. "장동건 선배님은 극중 캐릭터보다 실제 모습이 더 멋있으세요. 또 늘 자상하셔서 진짜 아버지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김수로 선배님은 촬영 현장에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게 언제나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셨어요. 김민종 선배님은 제일 신사다운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매너가 너무 좋으세요. 이종혁 선배님은 부딪히는 신이 적었지만 연기적인 부분에서 저를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어요."
극중에서는 연상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론 동갑내기인 윤진이와는 현장에서 막내로 선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윤)진이와는 동갑이라 서로 잘 통했어요. 둘 다 드라마 출연이 처음이라 '으싸으싸' 하면서 기운을 냈죠. 또 선배님들 기분 좋게 해드리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어요. 저는 가끔 노래도 불러 드렸어요.(웃음)"
사실 콜린은 시청자들의 미움을 산 캐릭터이기도 하다. 극중 아버지 김도진과 서이수(김하늘)의 사랑에 방해가 되는 인물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이종현은 "그 부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사실 신경을 많이 안 썼다"며 "질타가 있더라도 작가님이 좋게 풀어주실 거라 믿었고, 실제로도 잘 풀어 주셨다. 욕 먹으면서도 즐거웠다"며 웃었다.
등장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홀로 러브라인이 없다는 말에 그는 대뜸 "왜요? (김)동협가 있잖아요"라며 즐거워했다. 드라마 종방연에서 스태프들 사이에서 터져나온 농담이지만 실제로 그는 동협을 연기한 김우빈과 절친이 됐다고 했다. "19회를 보시면 콜린의 존재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기대감을 심어준 그는 명장면으로 마지막회 엔딩을 꼽았다. 땀과 노력이 깃든 최고의 장면이라며 은근히 자랑을 했지만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더 이상 말하지 않은 '걸로' 했다.
"기타 치고 음악만 할 거라고 고집을 피웠는데 '신사의 품격'은 우물안 개구리였던 저를 지상으로 올려준 작품이에요. 앞으로 음악과 연기 활동에 특별히 비중 차이를 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어떤 역할이든 소화할 자신이 있습니다." 드라마 촬영을 끝낸 그는 당분간 씨엔블루의 해외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