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수가 한 경기서 홈런 3개를 치는 경우는 참 드물다. 1년에 10번도 보기 어렵다.
넥센 박병호는 지난 1일 SK전서 3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2005년 프로 입단 이후 처음이다. 그 3개의 홈런으로 단숨에 홈런 1위까지 올랐다. 그런데 박병호는 웃을 수 없었다. 아니 웃지 않았다. 팀은 4대11로 패했기 때문이다.
홈런-타점 1위 박병호를 2일 경기전 만났다. "어제 와이프가 말도 하지 않고 경기장에 왔었다. 와이프에게 직접 3개의 홈런을 보여준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고 하면서도 "솔직히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고 했다. '팀이 져도 자신이 잘하면 집에 가서 웃는다'고 선수들끼리 우스개소리로 하지만 박병호는 진심으로 말을 했다. "그런 점이 올해 내가 달라진 점이다. 내가 못해도 팀이 이기면 기분이 좋고, 내가 아무리 잘해도 팀이 지면 전혀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4번타자 거포로서 충분히 홈런과 타점을 올려주면서도 도루를 감행할 정도로 팀 플레이에 열심히 하는 박병호의 속마음이다.
다만 그 타격감이 앞으로 계속 유지되기를 바랐다. "올해 내 개인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 모두 출전해 팀 승리에 도움되는 게 남은 시즌의 목표"라는 박병호는 "오늘 경기도 그 감이 이어지면 좋겠다"라고 했다.
SK와의 3연전을 시작하면서 장타가 줄어든 것에 대해 고민을 했던 박병호인데 2경기서 4개의 홈런을 쳤다. 1일 특타를 하기도 했고, 전력분석실에서 준 잘쳤을 때의 타격 폼을 보면서 고민도 했었다. "스윙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타격할 때 몸 중심이 뒤쪽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앞으로 쏠린 것이 문제였다"고 했다.
4번과 5번에 배치돼 홈런과 타점부문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동료 강정호와의 대결도 흥미롭다고 했다. "어제 정호가 내가 앞에서 다 쓸어버리니까 힘이 빠진다고 농담을 하더라"면서 "그렇게 경쟁을 하다보면 시너지효과도 생길 것이고 둘다 잘하면 팀이 이길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는 것 아닌가"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3개의 홈런은 특정한 공을 노려서 친 걸까. 박병호는 "타격 컨디션으로 볼 때 노려서 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도 치고 나서 생각을 해봤는데 그냥 보여서 쳤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다"며 씩 웃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