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은 31일 새벽 런던 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남자자유형 200m에선 은메달을 획득한 후 환하게 웃었다.
쑨양과의 맞대결이 화제가 됐던 자유형 400m보다 훨씬 치열한 격전지였다. 현지 프리뷰에서도 야닉 아넬, 라이언 록티, 파울 비더만 쑨양 박태환의 5파전을 이야기했다. 올시즌 최고기록 보유자 야닉 아넬, 지난해 상하이세계선수권 우승자 라이언 록티, 세계기록 보유자 파울 비더만,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 쑨양, 그리고 박태환,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박빙의 레이스였다. 경기 후 4위에 그친 '미국 수영영웅' 라이언 록티가 "마지막 50m에서 호흡을 2번밖에 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못했는지 나도 정말 모르겠다"며 자책했을 정도다. 육상100-200m와 마찬가지로 자유형 200m는 수영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궁극의 종목이다. 절대적인 스피드와 파워, 스트로크, 턴, 돌핀킥 등 탁월한 기술, 체격조건을 두루 갖춘 진정한 강자만이 살아남는 무대다. 그 무대에서 한국의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2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상하이세계선수권 4위 후 스피드 파워 집중훈련
전날 실격 해프닝과 자유형 400m 은메달 이후 의기소침한 박태환에게 마이클 볼 코치가 다가왔다. "충분히 훈련했고 훈련한 대로만 하면 얼마든지 잘해낼 수 있다"는 말로 마음을 풀어줬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지난 3년간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했다. 박태환은 내심 자유형 200m에 욕심을 부려왔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1500m를 버리면서까지 200m 스피드, 파워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지난해 7월 상하이선수권에서는 록티, 펠프스, 비더만에 이어 아쉽게 4위에 머물렀다. 메달권 진입을 위해선 몸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200m에서 록티 펠프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려면 돌핀킥, 잠영의 발전은 필수적이었다. 돌핀킥을 차기 위해선 허리 유연성과 다리힘을 길러야 한다. 주 3회 권태현 체력담당관과 혹독한 웨이트트레이닝을 진행했다. 월요일 금요일엔 근지구력, 밸런스 훈련, 수요일엔 파워 훈련 프로그램을 반복했다. 리듬감을 익히기 위해 메트로놈을 켜놓은 채 똑딱똑딱 움직이는 훈련도 효과적이었다. 다리 힘을 기르기 위한 스쿼트와 복부, 허리, 다리로 이어지는 파워존을 강화하기 위한 데드리프트 반복훈련도 독하게 이겨냈다. 베이징올림픽 직후 100㎏을 들던 박태환은 장정 2명 무게인 140~150㎏를 거뜬히 들어올릴 만큼 강해졌다. 강력한 턴과 돌핀킥, 잠영의 3박자가 맞아들기 시작했다. 박태환은 "훈련한 대로 되는 것같다"는 말로 자신감을 표했었다.
▶신체적 열세 극복, 자유형 200m 2연속 은메달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아넬이, 두번째 단에 박태환과 쑨양이 나란히 섰다. 1m83인 박태환의 키는 아넬 쑨양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다. 박태환은 "아넬은 2m2이고 쑨양도 최근 키가 1m98에서 2m로 자랐다더라"고 귀띔했다. 스피드와 턴에서 승부가 결정나는 단거리 종목에서 타고난 신체조건이 차지하는 몫은 절대적이다. 2m의 스무살 선수들과 당당히 맞선 박태환은 신체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박태환의 남자자유형 200m 2연속 은메달 기록은 스웨덴의 안데르스 홀메르츠(1988-1992년)에 이은 역대 2번째의 대기록이다. 1위가 수시로 바뀌는 이 종목에서 세계 2등을 유지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박태환은 쑨양과의 공동 은메달에 대해서도 아쉬움보다는 반가움을 이야기했다. 올림픽 사상 은메달 타이기록도 처음, 자유형 단거리에서 아시아계 두 선수가 시상대에 오른 것도 처음이었다. 서양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단거리 종목에서 아시아선수 2명이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 것에 자부심을 표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