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의 희망 이용대-정재성(삼성전기)이 조별예선에서 조 1위를 순조롭게 확정했다.
이제는 금메달을 향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 때다. 2일(한국시각)부터 시작되는 8강 토너먼트에서 벼랑 끝 승부를 펼쳐야 한다.
이용대와 정재성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때 16강전에서 탈락한 아픔을 겪었다. 지금은 보기좋게 설욕을 할 기회를 잡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 등 한국 배드민턴계는 이용대-정재성이 명예회복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D조 예선에서 3전 전승을 하며 세계랭킹 1위의 면모를 자랑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럴 만한 주변 정황이 따로 있다.
우선 대진운이 좋은 편이다. 이용대-정재성의 8강 상대는 B조 2위 모하마드 아산-보나 셉타노(인도네시아)조다. 이들은 B조 최종전에서 고성현-유연성에게 8강 탈락의 아픔을 안겨준 장본인이다.
이용대-정재성이 원수를 갚아줘야 하는 상황이라 우선 동기부여가 된다. 모하마드 아산-보나 셉타노조의 현재 세계랭킹은 6위. 그동안 6위와 7위를 줄곧 오락가락해왔다.
줄곧 세계 2위를 달리다가 지난 5월 1위로 올라선 이용대-정재성에 비하면 객관적으로 약체인 편이다. 게다가 이용대-정재성은 2008년 인도네시아오픈과 2011년 슈퍼시리즈 연말 결산대회에서 모하마드 아산-보나 셉타노조와 두 차례 맞붙어 모두 승리한 추억이 있다. 두 경기 모두 세트스코어 2대0의 완승이었다.
C조 1위-A조 2위의 승자와 맞붙는 준결승 대진도 한 번 노려볼 만하다. 우선 가장 무서운 상대로 꼽아 온 세계 2위 차이윤-푸하이펑(중국)조를 피했다. 이들이 A조 1위를 했기 때문이다.
차이윤-푸하이펑은 이용대-정재성이 세계 1위로 등극하기 직전에 1년 가까이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올림픽 랭킹 포인트에서는 이용대-정재성보다 약간 높아 1번 시드를 받기도 했다. 일단 강력한 소나기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C조 1위 마티아스 보에-카스텐 모겐센(덴마크·세계 3위)조가 A조 2위 팡첸민-리성무(대만·세계 9위)조에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이용대-정재성이 여전히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대-정재성은 마티아스 보에-카스텐 모겐센조와의 맞대결에서 11승4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차이윤-푸하이펑조는 8강전에서 C조 2위 차이뱌오-궈첸동(중국·세계 7위)조와 집안대결을 펼치는 부담을 떠안고 제살뜯기 경쟁을 펼쳐야 한다. 결승에서 만날 게 유력한 라이벌이 힘을 빼고 올라올수록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다.
대진운만 좋은 게 아니다. 체력 부담도 크게 덜 수 있다. 하정은(대교눈높이)과의 혼합복식에서 조별예선 탈락한 것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그동안 5차례의 올림픽에서 남녀복식과 혼합복식에 겹치기로 출전했던 선수가 두 종목 금메달에 성공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두 종목을 모두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체력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용대는 혼합복식에 실패한 대신 남자복식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경우 김동문은 라경민과의 혼합복식에 실패한 이후 하태권과의 남자복식에 전념해 금메달을 일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이용대가 정재성과의 남자복식에서 실패했지만 이효정과의 혼합복식에 매진하면서 꿈을 이뤘다. 이번에도 이용대는 베이징올림픽 때와 비슷한 상황을 맞았다.
김중수 전 대표팀 감독은 "이용대가 혼합복식을 일찌감치 놓치면서 홀가분하게 남자복식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어중간하게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가 다 놓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이용대와 정재성은 심리적인 안정감이 높아졌다. 정재성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허리부상으로 인해 우려감을 안겼다. 하지만 지금은 부상에서 완전히 탈출한 모습이다. 군입대를 앞두고 금메달을 꼭 따야 한다는 강박감에 빠졌던 4년 전과 달리 군복무(상무)도 마쳤기 때문에 심적인 부담도 덜하다.
이용대는 든든한 응원군을 등에 업고 있다. 아버지 이자영씨와 어머니 이애자씨가 런던 현지로 달려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만 해도 어머니 이애자씨는 2006년 뇌출혈로 쓰러진 병력 때문에 마음 편히 경기도 보지 못할 만큼 쇠약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들에게 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소문난 효자인 이용대에게 해외대회 처음으로 응원을 와준 부모님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힘이 된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