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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한 팔 한 다리로 세상을 메친 '金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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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사용하는 선수들이 부럽다."

남자 유도 81㎏급 김재범(27·한국마사회)의 현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마디다. 유도선수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는 두 팔 두 다리가 온전치 않다. 세계랭킹 1위로 런던에 입성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다친 왼쪽 무릎 인대 부상이 런던올림픽까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제주에서 열린 KRA 코리아월드컵 국제유도대회에 나가기 전이었다. 그는 "무릎이 덜렁덜렁거린다. 상대 기술에 다리가 꺾인다면 완전히 무릎이 나갈까봐 걱정"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무릎에 대한 걱정이 앞선 채 나선 코리아월드컵 국제유도대회. 그는 대회장에서 엠뷸런스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걱정했던 무릎이 아니었다. 2007년 이후 고질병을 앓고 있던 어깨에 이상이 왔다. 상대의 업어치기를 방어하다 왼팔로 착지한 것이 탈골로 이어졌고 인대가 손상됐다. 이후 그의 몸 왼쪽 절반은 성할 날이 없었다. 왼쪽 팔꿈치에 이어 올림픽을 한달여 앞두고 왼쪽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부상이 그의 투지까지 꺾지는 못했다. "한 팔로 유도한지 오래됐다. 올림픽까지만 몸이 버텨주면 된다. 그 이후에 수술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 오히려 "지금 부상을 해 다행이다. 그동안 어깨를 조심하지 않았는데 이번 부상으로 올림픽에 나서기까지 더욱 조심할 수 있게 됐다. 액땜했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머릿속에는 오직 올림픽 뿐이었다.

그가 올림픽에 집중한 이유는 4년전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4년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껴 병원 검진을 받았다. 간 수치가 두 배 이상 높은 것을 발견했다. 쉽게 피로해지는 가운데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고 8강과 4강전에서 잇따라 연장을 치른 끝에 결승에 안착했다. 그러나 끝내 체력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며 올레 비쇼프(33·독일)에 패했다.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 기회가 눈 앞에서 날아갔다. 김재범은 이후 지옥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다시 우뚝 선 그는 2010~2011년 세계선수권을 2연패하며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런던은 그가 '월드 넘버 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였다. 이를 위해 부상 통증도 참아가며 '지옥 훈련(본인은 '천국 훈련'이었다고 표현)'을 소화했다. 몸 뿐만 아니라 머리로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지난 24일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도 11시간 내내 상대의 비디오 자료를 분석했다. 귀를 덮고 있는 헤드셋 조차 금빛이었다. 이런 감동이 하늘에 닿았나 보다. 최상의 대진운이 짜여 졌다. 평소 가장 껄끄러운 상대라고 밝혔던 세계랭킹 2위 레안드로 길레이루(29·브라질)와 베이징대회 결승에서 패배를 안긴 올레 비쇼프 등 강자들과 4강까지 대결이 없었다. 마침 길레이루는 8강에서 미국의 스티븐슨 트레비스에 패하며 일찌감치 금메달 싸움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 사이 김재범은 승승장구했다. 적수가 없었다. 32강부터 준결승까지 시원한 한판은 없었지만 상대를 압도한 끝에 결승에 안착했다.

결승의 키워드는 '리턴 매치'였다. 상대가 공교롭게도 4년전 패배를 안긴 비쇼프였다. 당시 김재범은 안다리 걸기로 유효를 빼앗기며 금메달을 놓쳤다. 정반대였다. 당했던 걸 그대로 갚아줬다. 김재범은 경기 시작 40초만에 안다리 걸기로 유효를 따냈고 2분 뒤 다시 유효를 따내며 4년간 기다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재범은 7월 11일 런던올림픽 결단식에서 약속한대로 두 손을 들어올리는 '기도 세리머니'로 '월드 넘버 원'임을 런던 하늘에 알렸다. '디펜딩 챔피언' 비쇼프에게 올림픽 왕좌를 넘겨받으며 개인 커리어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까지 차지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다시 노골드의 수모를 당할뻔 했던 한국 유도도 체면 치레를 했다. 한 팔과 한 다리로 세계를 메친 '희망' 김재범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성룡 기자 런던=이 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