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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만수와 김시진의 투수교체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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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경기를 치르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투수교체다. 확실히 이기거나 질 때는 그에 맞게 투수 운용을 하면 되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경기가 박빙일 때나 예상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그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결과에 따라 잘한 선택인지 아닌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SK 이만수 감독과 넥센 김시진 감독은 지난 31일 경기서 같은 딜레마에 빠졌다. 교체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의 상황에서 둘 다 투수를 마운드에 뒀다가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을 마운드에 둘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이 감독은 3-2로 앞서던 6회초에 구원등판해 무안타로 잘 막았던 최영필을 7회초에도 냈다. 보통 때라면 7회 엄정욱-8회 박희수-9회 정우람이 나오는 것이 SK의 마운드 운용. 그러나 예상외로 최영필이 나왔고, 아쉽게 최영필은 이택근과 박병호에게 홈런을 맞고 3점을 내줘 역전당했다. 이 감독은 "사실 요즘 박희수가 좋지 않다. 허리쪽이 좋지 않다보니 릴리스포인트가 예전과 같지 않고 제구가 좋지 않다"고 전날 불펜 가동이 쉽지 않았음을 밝혔다. "될 수 있으면 박희수를 쉬게해주고 싶었고, 최영필이 잘 던져줘서 1이닝을 더 던지게 했다"는 이 감독은 "7회까지만 막아주길 바랐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최영필 본인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선발 나이트의 교체 시기를 두고 고민을 했다. 7회초에 역전을 하며 5-3으로 앞서 나이트는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김 감독은 경기전부터 나이트가 일요일 경기에 다시 나와야 하기에 투구수를 무조건 100개 안으로 맞춘다는 생각을 했었다. 6회까지 78개의 투구수를 기록했기에 7회까지는 충분히 막는다고 생각한 김 감독은 문성현과 박성훈, 마무리 손승락으로 8,9회를 지킨다는 구상을 했다. 그런데 1사후 9번 김성현과 8구까지 가는 승부끝에 볼넷을 내주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1번 정근우까지 안타를 쳐 1사 1,3루. 2번 대타 안치용의 3루수앞 땅볼 때 3루주자를 아웃시키며 한숨 돌린 나이트는 이어 최 정과 상대했다. 홈런 2위의 강타자인 최 정과의 승부는 김 감독이 오히려 나이트를 믿었다. 이전 세번의 타석에서 모두 좋은 승부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사구가 나왔고, 진짜 교체를 고민해야할 시기가 왔다.

그러나 김 감독은 나이트를 4번 이호준과 상대하게 했다. "아무리 그래도 나이트가 1선발인데 에이스에 대한 믿음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는게 김 감독의 변. 김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나이트는 이호준에게 동점 안타를 허용했고, 5-5 동점에서 김 감독은 박성훈으로 교체했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두 감독은 1일 경기에도 승리할 때와 질 때의 시나리오를 두고 투수 운용계획을 그렸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