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여리다. 후배들이 기죽은 모습을 보면 화가 나면서도 안쓰럽다."
불혹을 넘겨 '최고령 야수' 타이틀을 달고 있는 LG 최동수(41)는 최근 고민이 많다. 부진한 팀 성적으로 인해 밖에서 팀을 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최동수는 최근 이병규(배번9) 박용택 이진영 등 고참급 선수들과 회동을 갖는 일이 잦아졌다. 매일 경기장에서 만나는 사이지만, 의식적으로 식사 자리를 함께 하려고 하고 있다. 중고참 선수들이 후배들의 고충을 들어 고참들에게 전달하는 게 주된 일이다. 소통을 위한 단계적인 노력이다.
최동수는 이에 대해 "우리 팀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결론은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지만, 다른 대책도 많이 연구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좀더 책임감을 부여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후배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1년 반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그다. 94년 데뷔 때부터 LG에서 뛰면서 수많은 선후배들을 봐왔다. 과거와는 분명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알고 있었다.
최동수는 "후배들이 다들 너무 여리다. 성적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기가 죽은 모습이 자주 보인다"며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화가 나면서도 안쓰럽다"고 말했다.
90년대 '신바람 야구'를 앞세운 LG는 화려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했고,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야구장 밖에서 한 행동 탓에 구설에 오르는 일도 많았지만, 이 역시 스타였기에 가능했다. 쉽게 말해 당시 LG 선수들은 '놀 줄 알고, 야구도 잘 하는' 그런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2002년 이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과거 LG의 이미지는 사라졌다. 이젠 놀 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야구도 그저 그런 모습인 것이다.
"운동장에선 '싸가지 없게' 굴어도 된다." 작심한 듯 던진 최동수의 한 마디, LG의 현실을 보여주는 말이었다. 그는 "과거엔 밖에선 거들먹 거린다는 소리를 들어도 안에서는 나름의 위계질서가 있었다. 그리고 운동장에선 악착 같이 달려들어서 했다"고 덧붙였다.
흔히 심성이 착한 선수들보다는 성격이 있는, '싸가지 없는' 선수들이 야구를 잘한다는 말이 있다. 최동수 역시 이 부분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는 "야구장에서 만큼은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으로 자기 잘난 맛에 야구했으면 좋겠다. 야구는 착하다고 상대방이 봐주지 않는다"고 했다.
후배들이 최동수의 고언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도 저도 아닌 것보다는, 최동수의 말대로 조금은 '싸가지 없게' 야구해도 되지 않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