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인 서울올림픽 때 사용했던 글로브를 가져왔습니다. 세월을 지나서 이 야구장에서 다시 플레이를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지난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 경기에 출전한 도마시노 겐지 해설위원(45)은 특별한 마음으로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에 섰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일본은 실업팀 선수를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당시 대학 4학년이었던 도마시노 해설위원은 일본대표로 뽑혀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 당시의 한국은 아직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고 들었어요.그렇기 때문에 '선수촌에서 밖에 나가면 곤란하다. 또 허락 없이 경기장 주변에서 사진 찍으면 안 된다'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그래서 아쉽게도 그 때 기억이 있어도 사진은 거의 없습니다."
서울올림픽 때 일본대표팀은 노모 히데오(전 LA 다저스), 후루타 아쓰야(전 야쿠르트 감독), 노무라 겐지로(현 히로시마 감독) 등 그 후 프로에서 크게 활약을 한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했다. 도마시노 해설위원도 대학 졸업 후 야쿠르트에 입단해 신인왕에 올랐다. 선수 시절 상쾌한 플레이로 여성팬이 많은 인기선수였다.
도마시노 해설위원은 경기전에 그라운드를 보면서 서울올림픽을 떠올렸다. "야구장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큰 강물(한강)을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덕아웃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었지요."
그는 왼손에 레전드 매치를 위한 특별한 글러브를 끼고 있었다. 아주 오래 되고 납작한, 결코 질이 좋다고 말하기 힘든 글로브였다. 서울올림픽 때 사용했던 글러브였다. 밝은 표정으로 글러브를 잡은 도마시노 해설위원. 그는 이날 20대 초반의 청년 같은 활약을 잠실야구장에서 보였다.
"그 때 대만에 끝내기로 이겼던 기억이 나네요."
레전드 매치에 6번 타자-3루수로 출전한 하쓰시바 기요시 해설위원(45)은 1999년 아시아선수권 대회(시드니올림픽 예선) 때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일본은 그 때 처음으로 올림픽에 프로가 참가했는데, 퍼시픽리그는 전 구단에서 1~2명씩 내보냈고, 센트럴리그는 일부구단 선수만 대표팀을 구성했다. 당시 일본대표팀 중심타선에 있던 선수가 지바 롯데의 거포 하쓰시바 해설위원이었다.
"당시 상위 2팀에게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졌습니다. 한국은 대만전에 집중했습니다. 한국의 열정적인 응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시 이렇게 여기에서 야구를 하게될 줄은 몰랐어요."
이번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는 사사키 가즈히로나 기요하라 가즈히로 등이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잠실야구장에 특별한 추억이 있는 선수들을 주목했더라면 더 재미있는 경기가 됐을 것 같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