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추구? 아님 약속 준수?'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2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새로운 논란거리가 불거질 조짐이다. 오는 23일 시작되는 3라운드부터 현재 '스타크래프트1'과 '스타크래프트2'의 병행 체제가 아닌 '스타2'로만 경기를 치르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
현재 프로리그는 '스타1'로 전반전을, 그리고 '스타2'로 후반전과 에이스 결정전을 치르고 있다. 당연히 '스타2'에 대한 비중이 높은데다, 다음 시즌부터 '스타2'로의 완전 전환이 예정된 상황에서 '스타1'은 일종의 '계륵'이 되고 있다. 선수들도 제대로 연습을 하지 않아 경기 수준은 계속 떨어지는데다, '스타2' 준비까지 늦어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즌2를 시작하면서 이런 상황은 예상된데다, 시즌 중 규칙을 변경할 경우 리그의 정통성이나 팬들과의 신뢰가 무너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스타1'을 즐겨보는 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스타2'로의 완전 전환을 요구하는 쪽은 실리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스타1'에 대한 연습을 거의 할 수 없어 경기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수준 낮은 경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이로 인해 '스타1'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이는 '스타2'로의 자연스러운 관심 전환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는 것. 또 '스타2'에만 올인할 수도 없어 선수들의 실력 향상이 더디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깔려 있다. 비록 시즌2의 정규시즌 종료가 1개월, 포스트시즌까지 합쳐도 2개월이면 끝나겠지만 하루가 급하다는 얘기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의 경우 다른 팀보다 1개월 가까이 '스타2' 준비가 늦어져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포스트시즌의 역설'인 셈이다.
여기에다 연말에 '스타2'의 확장판인 '군단의 심장'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프로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이 1년 넘게 '스타2'만으로 경기를 해온 GSTL(글로벌 스타리그 팀리그) 게이머들과의 경쟁에서 계속 뒤질 경우 리그의 위상이 떨어질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장 관중이 감소하고, 시청률이 하락하는 부수적인 이유도 크다.
한 팀의 관계자는 "선수들도 두 종목 프로게이머다운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자존심이 많이 상한데다, '스타2' 경기력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아 GSTL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것 같다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어차피 이럴 바에는 실리를 택하는 것이 낫다. 팬들도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론도 강하게 제기된다. 대회 중간에 구조를 바꾸는 것은 팬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이라는 형식적인 면 외에도, 여전히 '스타2' 유저보다 많은 '스타1'의 팬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규시즌의 경우 1개월만 더 치르면 되기에 굳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완전 전환을 반대하는 팀 관계자는 "공급자의 측면만 강조하다보니 정작 수요자인 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처사다. 선수들이나 팀 모두 너무 조급해하는 것 아니냐"며 "'스타2'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한 블리자드나 방송사, '스타2'에 특화된 팀들만을 위한 특혜일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라운드 시작이 2주밖에 남지 않아 하루빨리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시즌 초부터 많은 팀들의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기간은 얼마남지 않았지만 현장팬 투표, 협회나 e스포츠 전문매체 게시판을 통한 여론조사 등 팬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