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책일까, 또 다른 꼼수가 있는 것일까.
도민구단인 경남FC가 사표로 배수진을 쳤다. 25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최진한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와 구단 전 직원의 사직서를 받기로 결정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절박함을 행동으로 옮겼다고 한다. 경남은 지난해 메인스폰서인 STX와 재계약을 했다. 2014년까지 4년간 160억원을 후원받기로 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위기와 조선 해양분야의 경기 부진으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STX가 손을 들었다. 연간 40억원의 후원금을 20억원으로 축소하겠다고 했다. 경남은 20억원으로는 구단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 초강수로 맞불을 놓았다.
시도민구단의 공통분모지만 경남의 재정 여건도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구단주인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최근 재정난을 탈출하기 위해 200여곳의 지역 기업 CEO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재정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띄웠다.
경남의 한 해 살림살이는 100억원을 웃돈다. 2005년 창단 당시 메인스폰서 STX그룹을 비롯해 두산, LG, 현대건설 등이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했다. 하지만 2008년 STX를 제외한 나머지 후원사들이 발을 뺐다. 윤빛가람 김주영 루시오 김영우 등을 거액의 몸값을 받고 이적시켰지만 한계가 있다. STX의 후원 금액이 반토막날 경우 9월 이후에는 선수단과 직원의 급료를 맞춰주지 못할 형편이다. 경남은 메인스폰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결연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단이 사직서여서 뒷말이 무성하다. 세력 다툼 속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숨어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병으로 요양중인 전형두 대표이사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권영민 경남체육회 상근부회장을 임시 대표이사로 선출했다.
전 대표는 경남축구협회장으로 축구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추진력이 뛰어나다. A부터 Z까지 구단 운영을 모두 챙겼고, 인선도 그의 몫이었다. 사직서는 '전형두 사람'을 솎아내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경남은 지난 시즌 시도민구단 중 가장 높은 8위를 차지했다. 올시즌 초반 부진했다. 12라운드까지 2승2무8패에 머물렀다. 최근 반전에 성공했다. 4승2패로 11위에 포진해 있다. 8강 진입을 노리고 있다.
구단 내부 상황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선수단은 흔들려서는 안된다. 경남 구단의 입장에서도 무리한 카드는 화를 초래할 수 있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지 주목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