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권 3팀 LG, KIA, 한화의 공통점? 마무리 부재다. 시기만 다를 뿐 현재 임시 마무리 체제가 가동중이다. 마무리 공백 최소화는 세 팀의 하위권 탈출에 있어 중요한 변수다.
마무리 투수를 잃게 된 사연도 제각각이다. LG는 리즈의 실패 후 봉중근 체제로 위기를 넘는듯 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자해 사건'으로 비상이 걸렸다. 최하위 한화는 바티스타가 제구 난조로 2군에 갔다가 막 1군에 돌아온 상황. 하지만 강력한 마무리로의 복귀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 24일 두산전에서 미들맨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KIA에는 한기주가 없다. 엄지손가락이 아파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짧든 길든 당분간 임시 체제가 불가피하다. 선동열 감독은 '임시 마무리'에 대해 "그때 그때 경기 상황에 따라 결정할 생각"이라며 집단 마무리 체제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다. 마지막 이닝을 맡길 투수는 베테랑 최향남과 유동훈 정도. 필승조 롱릴리프 박지훈과 박경태가 상황에 따라 경기 끝까지 던질 수도 있다. 대체 마무리 활약 여부는 기로에 선 KIA의 올시즌 운명을 가를만큼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 그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시점이다.
시즌 전 삼성과 함께 양강 전력으로 꼽혔던 KIA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듯 허무하게 추락했다. 일시적 슬럼프가 아니라 꾸준하게 부진했다. 준비가 부족했다. 시즌에 들어갈 무렵부터 이미 KIA는 위태로웠다. 부상이 속출했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할만한 B플랜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캠프 내내 떠들썩 했던 '활약 예상' 선수들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준비 부족에서 온 결과였다. 체계적이지 못했고, 조직화되지도 못했다. 일사분란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제대로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시즌을 맞은 팀의 전형인 어수선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노출했다. 6월22~24일 SK와의 3연전이 6월 들어 첫 위닝 시리즈일 정도로 그동안 KIA는 타 팀들의 '보약'이었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25일 현재 61경기를 소화한 시점. 일주일 후면 반환점을 돈다. 더 늦출 수도 없다. 여기서 더 밀리면 시즌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벼랑 끝의 서늘함. 긴장된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선동열 감독의 사람 좋은 너털웃음도 조금씩 줄고 있다. 선수들도 드물게 집단 삭발을 하며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24일 SK전 역전승으로 일단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호재도 있다. 선발진의 재구축이다. 베테랑 서재응이 꾸준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수 소사와 앤서니가 점점 정상 궤도에 접근해가고 있다. 때마침 에이스 윤석민이 돌아온다. 제 몫을 해주고 있는 김진우까지 감안하면 선발진은 남부럽지 않다.
팀 홈런 최하위(17홈런)로 많은 득점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타선. 선발이 붙어볼만한 경기를 만들어준다는 전제 하에 관건은 불펜이다. 불펜의 핵이었던 대졸 신인 박지훈의 체력이 급속도로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 최향남 유동훈 두 베테랑 투수의 어깨가 무겁다. 제구력과 패스트볼 볼끝의 힘을 회복한 박경태의 꾸준함도 주요 변수. 하위팀 LG→한화로 이어지는 원정 6연전은 도약의 발판을 가늠할 중요한 승부처다. 본격적인 여름 타이거즈로 거듭나느냐, 아예 멀리보고 리빌딩을 택하느냐 하는 선택의 갈림길이 성큼 다가왔다. 그 열쇠는 비상 가동체제에 들어간 불펜진이 쥐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