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에이스 김광현(24)이 삼성 4번 타자 이승엽(36)을 완벽하게 요리했다.대신 삼성에는 완패다. 이승엽이 세번 타석에 들어섰지만 김광현은 무안타로 꽁꽁 묶었다. 이번 시즌엔 5타수 무안타로 김광현이 압도했다. 하지만 삼성 타자들은 김광현을 4볼넷, 1사구에 5안타를 집중시켜 5점을 빼앗았다.
김광현이 선발 등판한 SK가 26일 대구 삼성전에서 4대8로 졌다. 김광현은 4⅓이닝 5실점(2자책점)으로 시즌 최악의 투구를 했다. 그는 이전까지 4차례 선발 등판, 승률 100% 4연승을 달렸다. 5번째 등판에서 무너지면서 첫패를 기록했다.
▶이승엽은 김광현의 유혹에 넘어갔다
김광현과 이승엽의 매치업은 삼성과 SK 승패 이상의 볼거리였다. 김광현은 한국야구가 자랑하는 최고의 좌완 투수 중 한명. 이승엽은 두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좌타자. 대개 좌투수와 좌타자가 만나면 좌투수가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이번 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이 3할5푼4리(25일까지)로 우투수(3할)보다 높았다. 게다가 그는 지난 8일 인천 SK전 때 김광현에 첫 맞대결해 2타수 무안타(우익수 뜬공, 삼진)를 기록했다.
당시 이승엽은 생소한 김광현의 공에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김광현은 이승엽의 까마득한 후배다. 12년차 띠동갑이다. 이승엽이 2003시즌을 끝으로 일본에 진출했고, 김광현은 2007년 SK에 입단했다.
26일, 두번째 대결. 이승엽은 김광현의 '꼬시기'에 넘어갔다. 첫 타석 헛스윙 삼진, 두 번째 2루수 뜬공, 세 번째 헛스윙 삼진이었다. 김광현은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나가 이승엽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린 이승엽은 바깥쪽 높은 볼(슬라이더), 바깥쪽 낮은 볼(슬라이더)에 어이없는 스윙을 하며 삼진을 당했다.
이승엽은 최근 10경기에서 홈런이 없다. 타격감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부터 두산과의 3연전 후 경기별로 기복이 심했다.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한 타이밍이 계속 나쁘다.
▶4연승 달린 김광현, 5실점에 시즌 첫패 왜
김광현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이승엽이 말려들지 않았다면 충분히 좋은 타격을 할 수 있었다. 삼성의 다른 타자들이 그걸 잘 보여주었다.
이날 김광현의 제구는 엉망이었다. 특히 직구가 맘먹은 대로 꽂히지 않았다. 총 투구수 91개 중 직구를 42개 던졌다. 스트라이크가 22개. 스트라이크 비율이 너무 떨어졌다. 겨우 50%를 넘겼다. 최고 구속은 145㎞. 지난 8일 최고 구속(148㎞) 보다 3㎞가 줄었다. 또 직구 평균 구속도 140㎞ 초반에 머물렀다.
직구 제구가 안된 김광현은 1회에만 볼넷을 3개나 내줬다. 1회 투구수가 무려 37개. 9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초반부터 힘을 너무 많이 뺐다. 3회엔 2사후 7번 이지영, 8번 조동찬, 9번 김상수에게 연속 3안타로 2실점했다. 가운데로 몰린 직구, 고속 슬라이더는 타격감이 올라 있는 삼성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김광현의 이름값에 누구도 주눅들지 않았다. 이만수 SK 감독은 경기전 "삼성 타자들이 김광현이 선발이라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고 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김광현에게 삼성전은 아직 보완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