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포항이 펼치는 동해안 더비(27일 울산월드컵경기장). 핵심 키워드는 '원(1) 그리고 제로(0)'다.
울산은 원톱 김신욱을 앞세운다. 1m96의 장신 김신욱은 지난해 공격에 눈을 떴다. 43경기에 나서 19골을 넣었다. 최강희호에도 승선했다. 올 시즌에는 공격만이 아니라 축구 전체에 대해 눈을 떴다. 16경기에 나와 3골-1도움을 기록했다. 공식 기록에는 잡히지 않지만 동료 선수들을 위한 플레이가 좋아졌다. 강력한 헤딩으로 동료 선수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준다. 폭넓은 움직임으로 공간도 만든다. 이근호(16경기 5골-1도움)와 마라냥(15경기 7골)도 김신욱의 헌신 덕에 더욱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원톱 김신욱에 맞서는 포항의 노림수는 제로톱이다. 17일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첫 선을 보였다. 공격수들이 줄부상이다. 지쿠가 허벅지를, 아사모아는 골반을 다쳤다. 박성호는 컨디션 난조에 빠졌다. 마땅한 공격수가 없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인 황진성을 최전방에 세웠다. 기술력과 공간침투능력이 뛰어나다. 오른쪽 풀백인 신광훈도 전방 미드필더로 나선다. 스페인이 유로 2012에서 보여주고 있는 제로톱에서 영감을 얻었다. 기술좋은 미드필더들이 많은 포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전술적 대안이다. 포항은 제로톱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K-리그에서는 서울과 제주를 각각 1대0으로 물리쳤다. FA컵 16강전에서는 광주를 3대1로 눌렀다.
일단 김신욱을 앞세운 울산의 원톱이 더 무게감있다. 홈구장에서 경기가 열린다. 최근 경기력에 물이 올랐다. 포항의 제로톱은 황 감독이 천신만고 끝에 뽑아낸 고육지책이다. 맞아돌아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덜컹거리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최근 3연승을 달리는 등 포항의 제로톱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