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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기행] 폴란드 명랑소녀, 차창 밖 몸 내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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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가 차례로 4강에 진출한 가운데 유로 2012가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고 있다. 바르샤바, 그단스크, 브로츠와프, 포즈난, 이 네 곳의 폴란드 개최도시를 오가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지에서 만난 폴란드 사람들은 참 웃음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대회 전 일부 서방언론에서 개최국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보도가 많이 나갔지만 폴란드 현지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그단스크에서 만난 노령의 택시 기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사람들이 참 좋은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세상 어느 곳에나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다. 안 좋은 보도가 있었다는 건 알지만 우리는 상관없다. 폴란드는 좋은 사람들이 사는 멋진 곳이다"며 투박한 영어로 듣는 사람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것 말이다.

폴란드엔 정말 미녀가 많다. 동양인의 시각이라 객관성(?)이 떨어질까 의심스러워 현장에서 만난 서방의 기자들에게 물어봤다. 역시나 그들도 폴란드 여성의 미모에 대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폴란드의 미녀들을 더 아름답게 한 것은 그들의 웃음이었다. 부지런히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그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폴란드에서의 마지막 여정에서 만난 '명랑소녀'도 그랬다.

독일과 그리스의 유로 2012 8강전 취재를 마친 다음 날인 24일(한국시각), 폴란드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로 이동하기 위해 그단스크 중앙역에서 바르샤바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열차가 플랫폼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왔다. 한 소녀가 차창 밖으로 몸을 내민 채 플랫폼에 서있는 승객들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표정이었다. 열차 타는 게 마냥 즐거운 말괄량이 소녀가 창밖으로 위험하게 몸을 내민거라고 짐작하면서도 참 낭만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열차에 올라 자리를 잡은 후 그 말괄량이 소녀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열차 내에서 카트를 끌고 다니며 승객들에게 음료수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승무원이었다. 그녀는 쾌활했다. 살까 말까 머뭇거리는 승객들을 향해 "모두 무료예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그녀는 왜 아까 차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있었을까?

그녀의 이름은 모니카(Monica), 나이는 열 아홉 살이다. 이 일을 시작한 지는 8개월이 넘었다. 그런데 일의 강도가 상당히 셌다. 모니카가 일하는 열차는 그단스크와 크라쿠프를 오가는 노선이다. 그단스크에서 바르샤바를 거쳐 크라쿠프까지 가는 열차는 한 번 운행하는 데 약 9시간가량이 걸린다. 하루에 한 번 왕복하는 일정으로 24시간 내내 열차에서 일하고 한쪽에 마련된 간이 침실에서 틈틈이 잠을 잔다. 그렇게 24시간씩 열흘을 꼬박 기차에서 근무하고 열흘을 쉬는 방식으로 근무가 이루어진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모니카는 "노!"라고 대답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나 즐겁다고 말했다. 정말 그래 보였다. 무거운 카트를 끌고 객차와 객차 사이를 오가면서도 모니카는 항상 싱글벙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니카의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긴 시간 동안 열차를 타는 승객들은 식당칸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그래서 맨 앞에 있는 식당칸은 항상 붐빈다. 2시간에 한 번 객차를 돌며 음식을 제공한 후 나머지 시간은 식당칸에서 일한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일, 설거지와 식탁청소도 모니카의 몫이다.

모니카의 꿈은 펍 바(Pub bar)를 운영하는 것이다. 맛있는 맥주와 멋진 노래가 흘러나오는 자기만의 사교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열차에서 본 그녀의 성격이라면 분명 '대박'이 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왜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올 때 밖으로 몸을 내밀고 있느냐고. 모니카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는 지 알기 위해서죠. 그래야 서비스할 손님의 숫자를 미리 알고 준비를 할 수 있잖아요." 아까 본 그 광경이 새삼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폴란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