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기적 같은 동점과 그리고 역전승. 2패와 2승의 길목에서 마지막 발걸음 한 발자국이 명암을 가르며 팀의 명암을 가르고 말았다. 그 결과 승리한 팀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큰 즐거움이 있었지만 패배한 팀에는 시즌 전반에 걸친 위기가 다가오고 말았다.
엘지와 롯데는 이번 주말 경기에서 두게임을 연속으로 어린이 만화 속의 야구 이야기 같은 일을 실제 경기에서 보여주며 야구팬들의 환호를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게임 속에 2게임을 모두 승리로 이끈 롯데는 잠실구장에 부산갈매기를 울려 퍼지게 했지만, 패한 엘지는 패배보다 더 한 시름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소방수 봉중근이 금요일 패배에 절제력을 잃고 소화전을 맨 손으로 내리치며 분풀이를 한 결과 돌아온 건 자신의 오른 손등 골절상으로 이어져 23일 1군에서 제외되며 재활에 들어가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팀의 투수들의 지주로서 중심에 서 있던 봉중근의 예기치 않은 이탈은, 6월 중순부터 엘지에게 다가오는 위기가 현실로 실현되는 순간이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24일 엘지는 이제 믿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생각되는 주키치를 선발로 내세워 팀의 분위기 전환을 꾀하려 하였고 롯데 역시 에이스 이용훈을 내세워 주말 엘지전 스윕을 노리며 물러서지 않은 승부의 끝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기는 롯데의 일방적 경기가 되었고 남은 관심은 이용훈의 퍼펙트에 관한 것이었다. 야구팬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용훈은 작년 9월 17일 한화 2군과의 원정 경기에서 사상 첫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그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엘지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8회 원아웃까지 단 한 개의 안타와 볼넷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대기록 달성에 대한 도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8회 1사후 최동수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해 대기록 달성이 무산되는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한때 부정투구 논란에 휘말리면서 곱지 않은 시선에 부담감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 사건 이후 더욱 강해진 투구능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이용훈이 이날 보여준 투구는, 이런 구설수를 털어내는 장면으로 다른 팀에게도 확실한 메시지를 전해준 것으로 생각된다. 이날 이용훈은 8이닝 1실점 3피안타 7탈삼진으로 시즌 7승째를 얻었고 엘지선발 주키치는 6⅓이닝 3실점으로 시즌 2패째를 당했다.
엘지가 이번 주말 3연전에서 급격히 몰락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두 번의 어이없는 역전패는 결국 에이스 주키치 마저 버티지 못하게 하면서 스윕을 당하면서 마음속의 마지노선이던 5할 성벽마저 무너지게 되어 앞으로 경기에서 특별한 전기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엘지의 어려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롯데는 이번 주말 3연전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9회말 극적인 동점에 이어 연장전 역전승, 그리고 마지막 경기에서 투수는 상대 타선을 꼼짝 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사이에 타선은 응집력을 발휘하며 점수를 벌어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덧 선두 SK가 눈앞에 와 있어 다음 주 결과에 따라 선두에 오를 수 도 있어 보여 선수들의 목표를 다지는 계기를 가지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엘지에게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라는 보이지 않는 주문이 결코 징크스가 아닌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롯데가 각인시켜주었다.
롯데가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는 것에 힘을 실어준 엘지는 문제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었음을 확실하게 파악하여야 한다. 롯데의 환호성에 엘지는 5할 승률은 고사하고 퍼펙트 패배를 당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민 객원기자, 세상사는 우리들의 이야기(http://blog.daum.net/hanalse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