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자전'과 '쩨쩨한 로맨스' 등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배우 류현경(29)이 영화 '두결한장'(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다소 파격적인 선택이다. 게이 커플과 레즈비언 커플의 위장결혼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동성애 영화다. 게이 민수(김동윤)와 위장결혼을 하는 레즈비언 효진 역을 연기했다. 하지만 류현경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땐 그냥 로맨틱 코미디 영화 같았어요. 원래도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고요. 너무 재밌었고 간결하고 유쾌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아, 이런 거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부모님도 '재밌겠다'고 하셨어요."
그녀는 "오히려 영화를 찍고 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었구나'란 걸 느꼈다"고 했다.
"그런 편견을 어떻게 하면 깰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편견을 깨트리려면 우리 영화를 많이 봐야 겠죠?(웃음) 15세 관람가인데 15세 이상의 어린 친구들이 더 많이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들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
이번 영화의 연출은 김조광수 감독(47)이 맡았다. 영화 곳곳엔 19세 연하 동성 남자친구와 실제로 열애 중인 김조광수 감독의 경험이 배어있다. 류현경은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이 일일이 가르쳐주신다거나 간섭을 하진 않으셨다. 간단명료하고 정확하게 촬영에 대해 말씀해주시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을 만나게 된 게 저한텐 좋은 자극제가 된 것 같아요. 평생 친구 같이 지내면서 항상 응원하고 함께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밝혔다.
류현경은 지난 1996년 SBS 드라마 '곰탕'에서 아역으로 데뷔했다. 일찍 일을 시작한 탓에 벌써 데뷔 16년차다. 그녀는 "너무 어렸을 때라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그땐 연기에 대한 열망이 있거나 했던 게 아니었어요. 현장이 재밌긴 했지만, 연기자로서의 열망이 생긴 것은 영화 '신기전'(2008)을 찍고 난 이후부터였어요. 그제서야 '아, 평생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우리 나이로 서른 살. 여배우로서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볼 만한 나이다.
"서른 살이 되니 몸이 너무 힘들어요.(웃음) 강철 체력에 에너지가 넘치거나 하질 않아요. 이제 관리를 시작하려고 해요. 체력도 되찾고 피부도 되찾아야죠. 정서적으로는 특별하게 다른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녀는 이어 "평생 연기하는 게 꿈이에요. 묵묵히 제 길을 가면서 평생 현장에 있고 싶어요. 나중엔 정말 멋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촬영 현장에 가서 어린 아이들하고도 농담 따먹기를 하고 아이들도 저를 굉장히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라고 말했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