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종윤은 항상 생글생글 미소를 짓는다. 데뷔 후 처음으로 원없이 야구를 하는 자체가 즐거운 듯, 항상 감사하고 기쁜 표정으로 훈련에 임한다. 성적도 훌륭하다. 특히 이번 LG와의 3연전을 스윕할 수 있었던 데는 박종윤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22일 첫날 경기에서 5안타를 몰아치더니 24일에는 잘던지던 주키치를 침몰시키는 결승 3루타를 작렬시켰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는 박종윤이다. 이유가 있다. 최근 그의 얼굴에 최근 웃음기가 사라졌다. 2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박종윤은 "정말 힘들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수가 적고 뭐든지 내색을 잘 안하는 성격 탓에 얼마나 주변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아차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박종윤은 23일 경기 후 몰려오는 피로에 식사도 거른 채 숙소에서 링거를 맞을 수 밖에 없었다.
롯데는 24일까지 원정 9연전을 치렀다. 목동-인천-잠실로 이어지는 수도권 원정이었다. 프로선수인만큼 경기 후 시설 좋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프로선수들에게 집을 떠나 원정경기를 치르는 것은 그 자체가 부담이다. 베테랑 조성환은 "1년에 한 번꼴로 원정 9연전을 치르는데, 마지막 3연전을 치르는 즈음에는 정신이 멍해진다"고 밝혔다.
때이른 무더위도 체력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했다. 최근 수도권의 낮 기온은 기본 30도를 넘겼다. 상대적으로 시원한 부산을 등지고 이 때 딱 맞춰 원정길에 올랐다. 보통 6월 말쯤이면 첫 장마가 찾아와 쉬어야 하는 타이밍이지만 올해는 좀처럼 비소식이 없어 선수들은 연전을 치를 수 밖에 없었다. 전준우, 김주찬, 조성환, 손아섭 등 주전급 선수들은 하나같이 "힘들다"며 혀를 내둘렀다.
물론 프로가 환경 탓을 할 수는 없다. 그렇게 따지만 다른 7개 구단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박종윤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2001년 입단한 박종윤은 올해로 프로 12년차지만 개막부터 주전으로 나서는 풀타임 시즌은 사실상 올해가 처음이다. 따라서 시즌을 길게 보고 체력 안배를 하는 요령이 있는 베테랑 선수들을 따라갈 수 없다. 또 "나는 아직 주전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만큼 매경기가 그에게는 절박하다. 실전 경기 뿐 아니라 훈련하는 매순간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렇게 야구장에서 하루 6시간을 보내면 당연히 진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그의 모습은 그라운드에서 잘 나타나다. 그의 포지션인 1루는 좌타자들의 강습타구가 많이 날아오는 자리. 박종윤은 타구가 빠르거나 바운드가 불규칙하다고 판단되면 일단 몸으로 공을 막는다. 24일 결승타를 치는 장면도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에 안정적으로 2루에서 멈췄으면 됐다. 하지만 그는 애써 3루까지 달렸다. 2아웃이기 때문에 팀이 점수를 1점이라도 더 내려면 한 베이스라도 더 진루해야한다는 생각이 그의 다리를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