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보약과 같다. 피로를 풀어주고, 기억의 회복과 재생을 도와주고, 모든 호르몬을 조절해 준다. 사람은 하룻밤에 수면 주기가 3번 이상 되풀이돼야 피로가 풀린다. 한 주기는 대략 90분에서 두 시간 정도다. 따라서 최소한 4시간30분에서 6시간 이상 잠을 자야 한다. 동시에 꿈을 꾸는 깊은 잠 단계인 렘수면이 전체 수면 시간의 4분의 1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데 개인에 따라 '생물학적인 밤'의 길이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평소 몇 시간 잤는지, 그 날 컨디션이 어땠는지 기록하고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시간만큼 자는 것이 좋다.
그런데 여름이 되면 잠을 설치기가 쉽다.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면서 불면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진다. 잠을 쉽게 못 이루거나 일찍 깨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냉방병이나 여름감기에 걸리기 쉽다. 피로가 누적되면 만성피로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평소에 잠을 잘 자던 사람도 수면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여름철에 잠을 잘 못자는 이유는 해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저녁에 분비돼 숙면을 돕고 아침에는 분비가 멈춰 잠에서 깨게 하면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데, 여름철에는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든다. 또 사람은 실내온도가 20도 정도인 환경에서 편하게 잘 수 있는데, 밤의 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면 잠을 설치기 쉽다.
깊은 잠을 자는 방법은 뭘까.
① 규칙적인 수면 시간 지키기=숙면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사람은 대부분 새벽 2~4시에 체온이 떨어지고 맥박이 늦어지면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따라서 이 시간을 수면시간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기상 시간은 해가 뜨고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며 맥박이 빨라지는 5시 이후가 적절하다.
② 낮에 30분 이상 밝은 빛 쬐기=낮 시간에 30분 이상 밝은 빛을 쬐는 것도 숙면에 큰 도움이 된다. 인공조명도 상관없다. 빛이 눈을 통해 시신경에 들어오면 뇌가 낮이라는 걸 인식하고 그에 합당한 작용을 하며, 일정 시간 후에 수면을 유도하도록 멜라토닌을 분비시킨다.
③수면 전 루틴으로 몸과 마음 이완시키기=잠자기 전 규칙적인 행동으로 잠을 잘 준비를 시켜주는 '수면 전 루틴(Routine)'도 도움이 된다. 기도, 양치질, 로션 바르기 등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줄 수 있는 행동을 매일 반복하면 푹 잘 수 있다.
④카페인은 오전에만, 알코올은 멀리=카페인같은 각성 물질은 오전에만 먹는 것이 좋다. 식사는 취침 전 최소 3시간 전에 마치고 공복감에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따뜻한 우유 한 잔 정도만 마신다. 술은 마시지 않는다. 과음을 하면 잠에 빨리 들 수는 있지만 얕은 잠이라서 금방 일어나거나 자주 깨게 된다. 잠은 4단계로 이뤄지는데 술은 숙면을 취하기 위한 시작단계인 1단계에는 쉽게 도달하게 하고 3~4단계의 깊은 수면은 방해한다. 술보다는 낮에 30분 정도 가볍게 운동하는 것이 숙면에 좋다.
⑤미지근한 물로 씻고 침실 어둡게 하기=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체온을 약간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반신욕을 하면 근육을 이완시켜주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된다. 이밖에 잠 잘 때 수면안대와 귀마개를 착용해도 좋다. 밤에 근무하고 낮에 퇴근하는 사람은 퇴근하면서 최대한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짙은 색의 선글라스를 쓰고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서는 조명을 다 끄고 어두운 커튼을 친다.<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도움말 고도일병원 만성피로센터 이동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