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장의 안전 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안전사고가 터졌다.
19일 인천 SK와 롯데의 경기. 사건은 6회초 벌어졌다. SK는 1사 1루 상황에서 투수를 박정배에서 임경완으로 교체했다.
임경완이 마운드에서 연습 투구를 하고 있는 상황. SK 우익수 임 훈이 우측 파울라인 밖에 있던 볼보이와 캐치볼을 시작했다. 야구 경기에서는 우측과 좌측에 1명씩 볼보이를 배치한다. 이들은 파울공을 줍기도 하고, 투수 교체 타이밍 때 외야수들과 캐치볼을 하기도 한다. 외야수들의 경기감각을 이어주기 위해서다.
사건은 이때 벌어졌다. 캐치볼 도중 임 훈이 던진 공이 볼보이의 오른쪽 눈을 정통으로 때린 것. 선수들의 송구는 슬쩍 던지는 것 같아도 받아보면 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팔 전체로 밀어 던지는 일반인과 달리 손목 스냅을 넣기 때문에 글러브를 껴도 손바닥 부분으로 받으면 살을 후벼파는 듯한 충격이 온다. 볼보이는 글러브를 대고 있었지만, 볼끝이 살아 예상보다 높게 들어왔다. 얼굴 바로 밑쪽에 대고 있던 글러브 위로 공이 들어오면서 오른쪽 눈에 맞았다. 점점 살아 들어오는 송구에 낙구지점을 잘못 예측한 것이다.
그대로 쓰러진 볼보이는 SK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아 의무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인천 길병원으로 이송됐다.
오른쪽 눈 주위가 1㎝ 정도 찢어진 상태. 간접충격으로 코피도 났다.
SK 구단은 "오른쪽 눈이 강한 충격으로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태다. 자세한 경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부분의 구단은 볼보이를 선수 경험이 없는 일반인으로 쓰고 있다. 안전사고에 문제점이 있다.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마저도 항상 긴장해야 하는 게 야구장이다. 1, 3루 주루코치들이 헬멧을 쓰는 이유도 안전 때문이다. 예전 두산에서 뛰었던 마이크 쿨바는 2007년 7월23일 마이너리그 더블A 털사 소속으로 1루 코치 박스에 서 있다가 상대 타자가 친 파울타구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 당시 헬멧 착용이 의무화되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일본프로야구와 국내프로야구 모두 주루코치들의 헬멧착용이 의무화됐다. 그라운드 안에서 야구공에 대한 안전조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의미.
강한 파울 타구를 볼보이들이 묘기를 펼치듯 피하는 장면도 아찔하다. 한 경기에도 여러 차례 나온다. 만약 맞기라도 하면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캐치볼을 하는 것은 이보다 더 위험하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선수들의 송구는 각도와 위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다른 구단들은 KIA의 모범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학생선수들을 볼보이로 기용한다. 광주 지역의 중학생 야구선수들이다. 안전 뿐만 아니라 구장을 오가며 선수들이나 코치들에게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다른 구단도 이런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훈련 스케줄 등 여러가지 변수로 지역 중, 고교 선수들을 볼보이로 기용하기 힘들어 일반인을 쓸 경우 최소한 선수와 캐치볼을 하는 것만이라도 금지시켜야 한다.
프로선수가 던지는 공, 일반인들에겐 흉기나 다름없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