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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사랑놀음 없는 '추적자', 열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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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사랑 놀음 일색인 브라운관에 단비 같은 작품이 나타났다.

SBS 월화극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가 매회 뜨거운 호응 속에 시청률 추적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첫회에서 9.3%(AGB닐슨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한 '추적자'는 아직 10% 초반대(18일 11.5%)이지만 업계 안팎에서 느끼는 체감 인기는 이미 시청률을 넘어섰다.

손현주, 김상중, 박근형, 김성령 등 중견배우들이 포진한 이 드라마가 이토록 열광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주연배우 김상중의 표현대로 '추적자'는 김치로 치면 오래 숙성된 '묵은지' 같은 드라마다. 그 맛이 더 늘어나서 얼큰한 김치찌개를 끓여 먹어도 좋을 듯하다.

'추적자'는 어쩌면 천편일률적인 사랑 이야기에 시들해진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은 데서 인기 비결을 찾을 수 있다.

2007년 방영된 김명민 주연의 '하얀거탑'이 흔하디 흔한 러브라인 하나 없이도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던 것처럼 '추적자' 또한 암흑 같은 현실에서 저마다 제 살길을 찾기 위해 본성을 드러내는 인간에 대해 깊이 성찰하며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또 한편으론 드라마 '추노', '뿌리 깊은 나무' 등과 같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놓치고 있던 사회적 담론을 담아내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맛도 있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이다. 연예인 스폰서와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정경유착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추적자'는 또 대선 정국과 맞물려 현실을 투영한 재미까지 안기고 있다. 강동윤(김상중)이 불법까지 저지르면서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재벌 장인의 농간에 경쟁 후보가 탈당 후 새로운 당을 창당하는 등의 이야기는 합종연횡을 반복하는 현실 정치의 한 단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또 지난 18일 방송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정치인' 강동윤의 대사를 통해 시사하는 바 또한 남달랐다.

'추적자'의 이현직 CP는 "시청자들이 우리 드라마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 기쁘다"면서 "요란한 포장이 아닌 내재적인 경쟁력을 가진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가 형성돼 무척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현실 세계보다 더 현실적인 허구의 이야기가 이처럼 짜릿함을 안기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