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LG와의 홈경기를 시작하기 전 한화 한대화 감독은 인사를 하러 온 LG 김기태 감독을 보자 짐짓 볼멘소리를 했다.
"일부러 우리 팀에 맞춘 거 아니여?" LG 선발 주키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주키치는 올시즌 최다승(8승)을 보유한데다 파죽의 8연승을 달리고 있던 막강 외국인 투수였다.
게다가 주키치는 지난해 10승을 거둘 때 한화를 상대로 4승을 챙겼다. 자신이 상대했던 7개팀 가운데 한화전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챙겼으니 한화로서는 두려울 만했다.
하지만 한 감독은 이내 덕아웃으로 돌아와 "오늘 주키치 확 눌러버려야지"라며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
그러면서 슬쩍 중얼거리듯 한 말이 "우리는 (유)창식이가 있는데 뭐"였다.
한 감독에게 유창식은 믿는 구석이었다. 주키치가 올시즌 최강의 외국인 투수라면 유창식은 숨은 'LG 킬러'였다.
유창식이 이날 LG전 이전까지 올시즌 2승을 하는 중이었는데 공교롭게도 LG를 상대로 했을 때 거둔 승리였다. 지난해 8월 7일 잠실 LG전까지 포함하면 3연승이었다.
유창식은 사실 올시즌 붙박이 선발이 아니었다. 지난해 프로 데뷔 때까지만 해도 고졸 최고 투수로 7억원의 계약금으로 입단하면서 주목받았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는 26경기 가운데 4차례 선발에 그쳤고, 성적도 1승1홀드3패로 기대에 못미쳤다. 프로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절감하는 시즌을 보냈을 뿐이다.
이런 실패 때문에 올시즌 들어서도 깊은 신뢰를 얻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 배스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였고, 안승민과 김혁민이 작년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자 뒤늦게 선발 기회를 얻었다.
절치부심한 효과가 있었다. 올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던 5월 3일 LG전에서 곧바로 승리를 챙긴 유창식은 이후 한화 선발진에서 없어서는 안될 위기타개의 수호신이 됐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웬만한 위기에도 꿈쩍하지 않는 돌쇠같은 기질이 비로소 되살아 난 것이다.
유창식은 이날 막강 주키치와의 대결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6이닝 동안 3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더구나 주키치(7이닝 5안타 3탈삼진 3실점)와 맞대결에서도 사실상 완승을 거둔데다 주키치에게 올시즌 패전을 안겼으니 기쁨은 더 컸다.
유창식은 이날 기교 대신 정공법을 택했다. 94개의 투구 가운데 직구(51개)와 슬라이더(38개)를 주무기로 삼았다.
직구 최고 시속이 146㎞ 정도였지만 '칠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맞서는 젊은 패기로 LG 타선을 윽박질렀다.
유창식은 "5연패 뒤 2연승을 노리는 경기라고 해서 떨리는 것도 없었다. 그냥 가운데만 보고 던지려고 했다"면서 "LG만 만나면 볼이 잘 나가고 자신감이 붙는다.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기만 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