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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클레멘스, 약물 위증 무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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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서 포효하듯 공을 퍼부었던 그가 아니었다.

베이지색 재킷에 파란색 셔츠를 정숙하게 차려입은 그는 평결문이 낭독되는 동안 겉으로 드러난 감정의 동요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연방법원을 나와 평결에 대한 소감을 말할 때에는 비로소 감정이 북받치는 듯 목이 메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한 말은 "감사합니다. 너무나 힘든 5년이었습니다"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출신 로저 클레멘스(50)가 약물복용 관련 재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다.

19일(한국시각) 폭스스포츠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서 속개된 재판에서 클레멘스가 무죄 평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주요기사로 일제히 보도했다.

배심원들은 10시간이 넘는 회의를 거듭한 끝에 이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클레멘스는 이번 재판에서 모두 6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2건의 위증죄와 3건의 허위사실 진술죄 그리고 1건의 의회 지연방해죄였다.

금지약물 복용 의심을 받고 있던 지난 2008년 2월 미국 의회 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약물복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결백을 주장한 게 발단이었다.

클레멘스의 이같은 주장 이후 그의 전 팀 동료 등이 약물복용 사실을 확인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이에 미국 연방 대배심은 2010년 8월 클레멘스를 위증혐의로 기소하고 2011년 7월 재판을 시작했다. 이후 검찰이 재판부의 인정을 받지 않은 증거물 영상을 배심원에게 보여주는 바람에 재판은 무효화됐다가 지난 4월부터 다시 재개됐다. 이번 재심을 위해 검찰은 담당 검사를 2명에서 5명으로 확대하고 60명 이상의 증인을 확보해 클레멘스의 죄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그동안 열린 심리에서 클레멘스의 약물복용을 부인하는 증언과 시인하는 증언이 엇갈려 제기되면서 재판은 예측하기 힘든 국면으로 전개돼왔다.

결국 8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클레멘스가 의회 진행을 고의로 방해했거나 의증을 했다고 볼 만한 증거와 정황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언했다.

이로써 5년째 끌어온 클레멘스의 위증죄 재판은 결말을 맞게 됐다.

클레멘스는 아내와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뒤 "이메일과 전화로 많은 용기를 준 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고, 그의 변호인은 "마침내 정의가 승리했다"고 외쳤다.

클레멘스는 1984년부터 2007년까지 24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통산 354승184패,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사이영상을 7번이나 받았지만 메이저리그 약물 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가면서 약물복용 의혹이 제기됐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