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지면 선발이고, 실망스럽다면 2군에서 선발급 선수를 한 명 올릴 생각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번 시즌 아직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좌완 차우찬(25·삼성)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선발 등판했다. 지난달 27일 SK전 선발 이후 19일 만이었다.
차우찬은 제 1선발로 이번 시즌을 시작했지만 아직 1승(3패)에 머물렀다. 그것도 선발 승리가 아닌 지난달 31일 한화전에서 중간 계투로 나와 행운의 승리를 가져갔다.
차우찬에게 15일 두산전은 수능시험과 같았다. 류중일 감독은 그를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킬 지를 실전을 통해 살폈다. 결과는 5⅔이닝 5안타 2볼넷 4탈삼진으로 3실점을 기록했다. 삼성이 1대4로 져 패전까지 기록했다.
차우찬의 투구는 류 감독이 판단을 내리기에 애매모호했다. '모'도 아니고 '도'도 아니었다. 잘 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아주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당장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기도 그렇고 2군으로 내려보낼 정도도 아니었다.
구위가 시즌 초반 보다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특히 슬라이더와 커브의 떨어지는 각이 예리했다. 직구도 낮게 제구가 됐다. 구속이 생각 처럼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최고 구속은 144㎞였다. 4회에는 4번 타자 김동주부터 윤석민 이종욱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010년과 지난해 나란히 10승을 거둘 때의 위력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직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1회엔 김동주의 외야 희생플라이, 5회엔 정수빈의 야수선택과 손시헌의 중전 적시타로 두 점을 내줬다. 두 번의 실점 위기 상황에서 모두 점수를 허용했다. 여전히 위기 관리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드러냈다.
차우찬은 이번 시즌 만루 홈런 3방을 맞았다. LG 이병규(4월 7일) 넥센 박병호(4월 15일) SK 정근우(6월 10일)에게 맞았다. 한 시즌에 만루포를 3개 내주는 건 투수에게 흔치 않은 끔찍한 경험이다. 트라우마(심적 충격)를 가질 수밖에 없다.
차우찬은 이날도 6회 첫 타자 김동주에게 홈런성 타구를 맞았다. 김동주의 타구가 잠실구장 좌측 펜스 상단 노란색 봉을 맞고 나와 단타에 그쳤다. 잠실이 아닌 다른 작은 구장이었다면 홈런이 됐을 가능성이 높은 큰 타구였다. 차우찬의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류 감독은 차우찬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야 삼성 마운드가 제 궤도에 오른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류 감독은 차우찬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서서히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