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 12일부터 부산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주중 3연전.
마치 필름을 되감기라도 하듯 오버랩되는 장면들이 속출했다. 세 차례의 데자뷰. 그러나 승부는 갈렸다. 마지막 데자뷰에서 스토퍼 싸움에서 승리한 두산의 위닝시리즈(2승1패)였다.
▶사직의 심술궂은 바람
주중 3연전동안 유독 사직의 바람은 심술궂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강하게 불다가, 방향이 급격하게 바뀌기도 했다.
13일 2차전. 공격의 물꼬가 좀처럼 트이지 않던 두산은 7회 3득점했다. 2사 만루상황에서 이성열의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 타구가 떨어지면서 바람을 타고 급격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었다. 결국 롯데 좌익수 이승화는 잡지 못했고, 주자는 모두 홈으로 들어왔다. 이날 승부를 갈랐던 장면.
14일 1회 롯데의 공격. 2사 1, 3루 상황. 조성환이 친 타구가 2루수 위로 높게 떠올랐다. 두산 고영민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 그런데 바람을 탄 공은 떨어지면서 또 다시 휘었다. 결국 고영민은 잡지 못했다. 3루 주자 전준우는 선취득점을 올렸다. 결국 흔들린 두산 선발 김승회는 박종윤에게 좌중월 2타점 2루타까지 맞았다. 3실점. 결국 두 팀 모두 바람 때문에 3점을 얻고 3점을 잃은 셈이 됐다.
▶스스로 무너진 투수진
3점을 지원받은 롯데 선발 진명호는 2회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이종욱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은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급격히 제구력이 흔들렸다. 결국 볼넷을 연속으로 세 차례나 허용했다. 좀처럼 인상쓰지 않는 롯데 양승호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연속 볼넷은 투수가 하지 말아야 할 최대 금기. 결국 두산 최주환에게 만루홈런을 맞았다. 두산의 4-3 역전.
6-6으로 팽팽한 동점상황이던 7회말 롯데의 공격. 김승회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은 김강률은 전준우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곧이어 김주찬의 헬맷을 맞히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손아섭의 희생번트가 내야안타로 둔갑하며 무사만루. 결국 롯데는 황재균의 유격수 앞 땅볼로 1점 차 역전에 성공했다. 두 팀의 두번째 데자뷰.
▶명암 엇갈린 스토퍼
9회 초. 롯데는 당연히 마무리 김사율을 내세웠다. 대타 이성열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2개의 아웃카운트를 차분히 잡았다. 그러나 양의지에게 던진 142㎞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렸다. 오른쪽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홈런.
12일 1차전 연장 11회초. 2-2로 팽팽히 맞서던 상황에서 김사율이 마운드에 올랐다. 무승부라도 이끌려던 롯데의 용병술. 김사율은 2사 후 고영민에게 불의의 솔로홈런을 맞았다. 두 장면 모두 2사 이후 홈런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날은 롯데가 4대3으로 승리했다. 믿었던 두산 마무리 프록터가 11회 동점을 허용한 뒤, 12회 조성환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승리를 헌납했다. 시즌 첫 블론 세이브.
다시 14일 9회말. 8-7로 역전한 두산은 프록터를 내세웠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1이닝 깔끔한 무안타 무실점의 퍼펙트 투구. 결국 두 팀의 너무나 공교로운 데자뷰 현상은 마지막에 깨졌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