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선발로의 진화, 이것이 두산 이용찬의 올시즌 목표다.
지난해 불펜서 선발로 보직을 바꾼 이용찬은 올해 붙박이 선발을 맡았다. 향후 10년 이상 두산을 책임질 젊은 선발을 키워야 한다는 김진욱 감독의 방침에 따라 3선발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시즌이 3개월째 접어든 시점, 이용찬은 니퍼트와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선발 적응을 완벽하게 마친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이용찬이 지난해 챔피언 삼성의 천적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두산 지휘봉을 잡을 당시 김 감독은 '타도 삼성'을 소리높여 외쳤다. 삼성만 잡는다면 우승에 그만큼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이용찬이 앞장서서 김 감독의 지휘 전략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15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 이용찬은 올시즌 3번째로 삼성전 선발로 등판했다. 결과는 7이닝 6안타 1실점 승리. 삼성전 3연승을 달리며 시즌 6승째를 낚았다. 올시즌 삼성전 성적은 3경기에서 3승에 평균자책점 0.43이 됐다. 이용찬은 6회 안타 3개를 맞으며 1점을 줬는데, 올시즌 삼성에 허용한 첫 실점이었다. 삼성전 통산 성적도 26경기(7경기 선발)에서 4승2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1.44로 '사자 킬러'다운 위용을 자랑했다.
도대체 이용찬은 왜 삼성에 강할까. 주무기인 포크볼 덕분이다. 이날 이용찬은 112개의 투구수 가운데 포크볼을 38개 던졌다. 구사 비율은 약 34%. 이용찬의 포크볼은 떨어질 때 흔들림이 심한 편이라 상대 타자가 배트 중심에 맞히기가 까다롭다. 구속도 115~129㎞까지 폭넓게 형성되기 때문에 헛스윙 유도 비율도 높다.
특히 삼성 간판 이승엽을 철저히 묶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승엽과 3차례 만나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1회에는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원바운드로 떨어지는 126㎞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4회 직구로 중견수플라이로 잡은 뒤 6회에는 무사 1,2루서 125㎞짜리 슬라이더로 2루 땅볼을 유도했다.
이용찬이 이승엽과 맞대결을 벌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날까지 10번 만나 볼넷 1개만 내줬을 뿐, 나머지 9번은 삼진 3개를 포함해 모두 범타로 압도했다. '삼성 천적', 좀더 구체적으로는 '이승엽 천적'으로 진화할 조짐마저 보인 셈이다.
이승엽 뿐만이 아니다. 이용찬은 경기후 "이승엽 선배보다는 최형우 선배를 잘 막은게 승리의 요인이 됐다"고 했다. 최형우 역시 이용찬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용찬은 2회 최형우를 좌익수플라이로 잡아낸 뒤 4회 볼넷으로 내보냈는데, 철저한 코너워크에 따른 조심스러운 승부였다. 그러나 1-3으로 쫓기며 위기에 빠졌던 6회 1사 1,2루서는 최형우를 141㎞짜리 높은 직구로 유격수플라이로 잡아내며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이용찬은 "모든 공에 100% 전력이 아닌 완급조절과 변화구로 맞혀 잡는 작전이 잘 먹혔다"고 했는데, 140㎞대 중반의 직구와 떨어지는 포크볼의 볼배합이 삼성 타자를 제대로 압도한 셈이 됐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