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수비수 김원일(26)은 꿈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바로 K-리그 데뷔골을 넣으면 포항 스틸야드에 응원온 해병대 앞에서 '해병 PT세리머니'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해병대는 김원일의 고향이다. 그는 K-리그에서 몇안되는 '막군' 출신이다. 막군이란 상무나 경찰청 등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병사가 아닌 일반 병사를 일컫는 축구계 은어다. 김원일이 해병대를 선택한 것은 군대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숭실대 재학중이던 김원일은 2007년 해병대에 입대했다. 해병 1037기로 포항에 있는 해병대 1사단을 나왔다. 숭실대에 복귀한 뒤 2010년 포항에 입단했다.
첫 시즌부터 1군에 합류한 김원일은 2011년에는 주전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수비수의 특성상 골이 없었다 프로 3년차인 2012년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 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김원일은 인천과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5라운드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골을 넣었다. 하지만 해병 PT세리머니를 할 수 없었다. 첫번째 이유는 이날 경기가 인천 원정경기였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무관중 경기였기 때문이다.
아쉬움에 몸을 떨었던 김원일이 해병 PT세리머니 못지 않은 아이디어를 냈다. 17일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해병대 군복을 입고 나서기로 했다. 김원일은 이날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사랑하는 후임들을 위해 직접 해병대 응원 좌석에 앉아 함께 응원을 펼치기로 했다. 선물도 준비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포병연대 600명의 장병들에게 사비를 털어 아이스크림을 사기로 했다. 원래는 자신이 복무했던 72대대 7중대를 초대하려 했지만, 일정 관계로 무산됐다. 김든든한 지원군도 있다. 포항 홍보팀 조정길 대리다. 해병 892기인 조 대리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원일이 해병대를 찾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초심을 되찾기 위해서다. 김원일은 해병대에서 복무할 당시 포항의 경기를 보며 축구에 대한 꿈을 키웠다. 김원일은 "요즘 경기에 나가다보니 정신이 조금은 해이해진 것 같다. 축구를 갈망했었던 그 장소에서 후임들과 함께 경기를 보며 초심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