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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인데 관중수가 82명, 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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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경기의 관중수는? 물어보나마나다. 당연히 0명이다. 무관중은 관중이 없다라는 뜻이다. 경기장 입장권을 팔지 않고, 경기장 출입구를 걸어잠근다. 관중들은 단 한명도 경기장에 발을 붙일 수 없다. 관중수는 0명이어야 한다.

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포항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5라운드 경기도 무관중 경기였다. K-리그 3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기장 안에 관중들은 아무도 없었다. 경기가 끝난 직후 프로축구연맹 사이트에 올라온 경기 기록지 관중수란에는 '0'이 찍혀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바뀌었다. 1~2시간이 흐른 뒤 '82'로 고쳐져 있었다. 무관중 경기에 입장했다는 82명의 관중은 과연 누굴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경기장을 찾은 VIP들과 언론 및 중계방송 관계자들이었다. 이날 안기헌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과 장성환 포항스틸러스 사장 등 VIP들과 다수의 언론이 경기장을 찾았다. 유료 관중들도 아닌 이들이 경기장을 찾은 관중으로 잡힌 이유는 뭘까. 아시아축구연맹(AFC) 지침 때문이었다. AFC는 산하 각국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에 VIP와 언론 관계자까지 관중 집계에 넣으라고 권고했다. 이 때문에 프로연맹도 올 시즌 K-리그 경기 관중수 집계에 VIP 및 언론 관계자까지 넣고 있다.

문제는 이날 경기였다. 인천 구단과 연맹은 고심했다. 처음하는 무관중 경기인지라 관중수 처리 방법에 대한 확실한 지침이 없었다. K-리그 경기 데이터시스템도 무관중 경기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되어 있었다. 몇 차례 얘기가 오간 끝에 기록지 관중수 항목에는 '82'를 넣기로 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공식적인 데이터에서 '82'라는 숫자의 처리를 놓고 연맹은 고민에 빠졌다. 데이터에서 빼자니 형평성이 문제였다. 이제까지 쌓아올린 데이터에는 VIP와 언론 관계자들의 숫자가 고스란히 포함됐다. 데이터에 넣자니 무관중경기의 의미가 퇴색된다. 연맹 관계자는 "일단 공식적인 데이터에서 빼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 회의를 통해 공식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