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넥센 유니폼을 입은 김병현이 국내 프로야구 데뷔를 준비할 때, 그를 보는 두가지 시선이 있었다. 구단 고위층에서는 "긴 공백기간을 감안해 올해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5~6월부터 선발로 나서면 7~8승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김병현이 최근 3년 간 정상적으로 공을 던지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도 박찬호보다 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구단에서는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지만, 많은 팬들의 머리에 박혀 있는 김병현은 새미 소사 등 메이저리그리의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던 그 모습이다.
김시진 넥센 감독이나 정민태 투수 코치도 김병현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김 감독은 김병현 얘기가 나올 때마다 "충분히 준비를 하고 마운드에 올라야 하다. 급하게 등판하면 부상이 올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2군을 거쳐 1군에 오른 김병현은 한 차례 중간 계투로 나선 뒤 선발로 나섰다. 5월 18일 삼성전부터 6월 14일 KIA전까지 4차례 선발 등판했다. 걱정했던 대로 제구력에 문제를 드러냈다. 5경기에서 20⅓이닝을 던졌는데, 볼넷이 16개, 사구가 5개다. 경기 당 1개꼴로 4사구를 내주면서 어렵게 갔다.
6월 14일 KIA전은 김병현의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6월 1일 롯데전에서 4이닝 동안 6점(4자책점)을 내주고 패전투수가 됐던 김병현은 13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롯데 체력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김병현은 5이닝 7안타 4사구 5개 5실점으로 다시 무너졌다. 3연패 중이던 KIA 타자들은 김병현의 공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직구 스피드가 올라오지 않았고, 볼끝이 밋밋했으며, 구종은 단조로웠고, 제구력은 흔들렸다.
김병현을 김병현답게 만들었던 직구가 살아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날 직구 최고 시속은 144km였다. 몇차례 140km대 직구를 기록했지만, 평균 구속은 시속 130km 중후반을 맴돌았다. 상대타자에게 부담을 줄만한 스피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공끝이 좋아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제구력까지 안 좋아 4사구가 이어지니 실점없이 넘어가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윤석환 SBS ESPN 해설위원은 "김병현이 안타 7개를 내줬는데, 대부분 직구를 던져 맞았고 변화구로 삼진을 잡았다. 현재 직구 스피드로는 국내 타자들을 제대로 상대할 수 없다. 직구 스피드를 끌어 올리는 게 급선무다. 워낙 성실한 선수이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구속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김시진 감독의 고민도 깊어질 것 같다. 현재 넥센은 외국인 선수 나이트 밴헤켄 강윤구 김영민에 김병현으로 선발진을 꾸려가고 있다. 김병현 등판 때 팀 상승세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창기 기자 hu식을 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