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패를 하거나 연장전에서 지면 밤에 못자요. 아쉬웠던 장면이 자꾸 머리에 떠올라 잠을 잘 수가 없어요."
프로야구 8개 구단 감독들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1위부터 7위까지 4게임 차. 최하위 한화를 뺀 7개팀 간에 물고 물리는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연패를 하면 순위표가 요동을 치지만, 어느 한 팀이고 크게 치고나갈 힘이 없어 보인다. 절대강자가 없는 2012년 프로야구를 요약한다면, '7중 1약' 내지 '7강 1약'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위 6~7개 팀의 전력 차이가 크지 않다보니 박빙의 승부, 1점차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결국 미세한 부분에서 승부가 갈리고, 순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아슬아슬한 초박빙 경기에서 강한 팀이 전력이 알찬 팀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여유있게 리드하다 뒷문이 무너져 1점차로 어렵게 이기거나, 크게 뒤지다가 경기 후반 힘을 내 따라갔다가 뒷심 부족으로 땅을 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6월 9일까지 열린 199경기 중 1점차로 승부가 난 경기는 50게임으로 25.1%였다. 그런데 6월 들어 1점차 경기가 급증했다. 29경기 중 41.4%에 달하는 12경기가 1점차로 희비가 갈렸다. 6월 7, 9일에는 각각 4경기 중 3게임이 1점차로 승패가 갈렸다. 전력이 그만큼 평준화 됐고, 어느 한 팀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럼 피말리는 박빙의 승부에서 강했던 팀은 어디였을까. 정규리그 1위 SK가 1점차 승부에서 9승7패로 강했고, 두산(7승5패), 롯데(4승4패), LG(6승6패)도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했다. 상위권팀 다수가 기본 이상의 승수를 챙긴 것이다.
그런데 기록표를 살펴보면 KIA가 눈에 들어온다. KIA는 1점차 승부에서 9승6패로 승률 6할을 기록했다. 8개 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KIA는 올시즌 4차례 연장전을 했는데 3승(1무)을 거뒀다. 4게임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KIA는 팀 홈런(15개)과 팀 안타(405개), 팀 득점(199개)이 꼴찌다. 공격력이 살아나지 않아 고전하고 있는데, 박빙의 승부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한 것이다.
반면, 삼성은 아슬아슬한 경기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1점차 경기 13게임에서 4승(9패), 연장전 2경기에서 무승(1무1패)에 그쳤다. 삼성은 올시즌 27차례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선발진이 강한 팀이다. 8개 구단 중 퀄리티스타트가 가장 많았다. 선발투수진이 안정된 반면, 불펜이 불안하다보니 박빙의 승부에서 허약한 체질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타선의 집중력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이런 뒷심 부족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 올시즌 내내 5~7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프로야구 8개 구단 박빙경기 성적
구단=연장전(승률)=1점차 경기(승률)
SK=2승1무(1.00)=9승7패(0.563)
KIA=3승1무(1.00)=9승6패(0.600)
넥센=4승1무3패(0.571)=6승7패(0.462)
두산=1승1무1패(0.500)=7승5패(0.583)
롯데=1승2무1패(0.500)=4승4패(0.500)
LG=2승1무3패(0.400)=6승6패(0.500)
한화=1승1무3패(0.250)=5승6패(0.455)
삼성=1무1패(0.000)=4승9패(0.308)
※6월 9일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