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임꺽정' 임도헌의 향기나는 '샛별' 김희진의 올림픽 꿈

by

임도헌 삼성화재 코치의 현역시절 별명은 '임꺽정'이었다. 엄청난 힘으로 상대의 높고 단단한 블로킹을 뚫어냈다. 묵직한 스파이크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는 임 코치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임 코치가 더 높은 평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탄탄한 수비력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프트였기에 디그 능력은 필수였다. 게다가 블로킹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10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2년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한국-일본전. 경기가 끝난 뒤 김남성 대한배구협회 홍보이사는 이날 18득점으로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한 김희진(21·IBK기업은행)의 블로킹을 칭찬했다. "마치 임 코치의 현역시절 블로킹과 비슷하다"고 했다. 넓은 가슴에서 나오는 힘으로 상대 스파이크에 밀리지 않는 것이 닮았다. 그러자 김희진은 임 코치가 누군지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1991년생인 김희진은 임 코치가 활약할 당시 초·중고생이었다. "삼성화재 코치"라고 설명하자 이내 알아차렸다.

김희진은 지난시즌 프로에 데뷔한 신인이다. 중앙여고 시절부터 박정아(기업은행)과 함께 '대형 신인'으로 평가받았다. 주 포지션은 라이트지만 팀 사정상 센터로 출전하는 경기가 많았다. 속공 부문에서 양효진(현대건설)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이동 공격부문에선 1위에 올랐다. 묵직한 서브도 김희진이 가진 장점이다. 세트당 평균 0.333개를 성공시켜 서브 부문에서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줄곧 청소년대표로 활약하던 김희진이 국가대표에 뽑힌 것은 지난해 8월 아시아선수권 때부터다. 존재감은 미약했다. 경험 부족이 눈에 띄었다. 자신의 주 포지션을 되찾았지만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황연주(현대건설)의 백업멤버로 아직 시간이 필요한 '미완의 대기'였다.

하지만 김희진의 진가는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역시 경험이 보약이었다. '런던 GO'를 외치던 대표팀에 계속 발탁돼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다. 김희진은 국가대표 막내다. 이 점이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하는 그녀다. 김희진은 "팀에서 가장 어려서 겁없이 플레이한다고 언니들이 다독여준다"고 했다. 김희진의 겁없는 플레이는 지난달 런던행 티켓이 걸렸던 세계여자예선전에서 돋보였다. 23일 황연주 대신 최고 라이벌 일본전에 출전해 상대의 허를 찔렀다. 상대에게 파악되지 않는 '신성'이 '일본 킬러'로 옷을 갈아입은 순간이었다.

김희진은 18일 만에 다시 일본을 만났다. 김희진은 이날도 오른손에 실금이 간 황연주를 대신해 코트에 섰다. 공격을 주도했다. 여자선수답지 않은 파워풀한 스파이크로 일본을 공략했다. 백어택도 일품이었다. 블로킹 2득점, 서브 1득점을 보태 팀 내 최다인 18득점을 기록했다. 그랑프리는 계속되지만 김희진은 올림픽에만 집중하고 있다. 김희진은 "올림픽 출전은 배구를 시작하면서 꿈꿔왔던 순간"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출전만큼 중요한 것이 메달 획득이다. 여자배구는 36년 만에 메달을 노리고 있다. 김희진은 "여자배구가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을 때는 고등학생이었다. 올림픽에 대한 중요성을 잘 몰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감한다. 어렵게 진출한 만큼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