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없었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강희호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9일(이하 한국시각) 적지에서 복병 카타르를 4대1로 대파했다. 한국은 전반 22분 유세프 아메드에게 어이없이 선제골을 허용했다. 위기 탈출 능력이 뛰어났다. 4분 뒤 이근호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후반 10분 곽태휘, 18분 김신욱, 35분 이근호가 차례로 골망을 흔들었다.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A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차전 원정에서 거둔 미소는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원정→홈→원정→원정→홈→원정→홈→홈 순으로 경기를 치른다. 전반기가 승부처다. 이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미 1승을 거둔 카타르의 상승세를 꺾었다. 2차전은 12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에서 A조 최약체로 분류되는 1무1패의 레바논과 벌인다. 탄탄대로다. 일찌감치 브라질행을 확정지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도 "원정 1차전을 승리했기 때문에 앞으로 최종예선을 유리하게 갈 수 있게 됐다. 상당히 기쁘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정신력으로 극복했다"고 밝혔다.
환희 이면에 사연은 제각각이었다. 태극전사들의 희비도 근소하게 엇갈렸다. 뭐니뭐니해도 카타르전 주역은 이근호 곽태휘 김신욱, 울산의 삼총사였다.
이근호는 최강희의 보배로 우뚝섰다. 4년 전 추억이 재현됐다. 비록 최종엔트리 승선에 실패했지만 그는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 3차전에서 3골을 쓸어담으며 월드컵 본선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카타르전에서도 선제골에 이어 쐐기골을 터트리며 절친인 박주영(아스널)의 공백을 말끔히 메웠다. 오른쪽 윙포워드인 그는 중앙과 측면을 넘나들며 공격을 이끌었다.
결승골의 주인공 곽태휘는 울다 웃었다. 그는 중동 원정에서 뼈아픈 악몽이 있다. 지난해 초 카타르아시안컵에서 두 차례나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악순환은 이어졌다. 상대의 선제골은 곽태휘의 실수였다. 의욕이 앞섰다. 공격 진행 길목만 차단하면 문제가 없었다. 과도한 몸싸움으로 저지하려다 위기를 자초했다. 다행히 후반 10분 코너킥에서 '골 넣는 수비수'의 위용을 뽐냈다. 김보경의 코너킥을 감각적인 백헤딩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지옥과 천당이 교차했다. 곽태휘에게는 또 다른 분수령이었다.
후반 13분 교체투입된 김신욱은 A매치 마수걸이 골을 터트렸다. 이동국(전북)의 땅볼 패스를 발리슛으로 연결, 골문을 열었다. 짧은 출전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활약은 더 빼어났다. 1m96, 93kg, 강력한 체력조건을 앞세워 2~3명의 수비수를 홀로 몰고다녔다. 곽태휘의 결승골과 이근호의 쐐기골은 그의 뛰어난 위치선정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아쉬움은 있다. 그는 카타르전에서 옐로 카드를 받아 경고누적으로 레바논전에는 결장한다.
왼쪽 윙포워드로 풀타임을 소화한 김보경(세레소 오사카)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포스트 박지성'이라는 찬사는 무늬가 아니었다. 그림같은 '칩 패스'로 이근호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그는 전반 한국의 공격을 주도했다. 결정적인 골기회에서 볼처리 미숙으로 한 차례 기회를 날린 것만 옥에 티였다. 공격의 활력소였다.
반면 이동국과 구자철(아우구스부르크)은 고개를 숙였다. 이동국은 김신욱 골을 도움해 간신히 체면치레만 했다. 하지만 공격 조직력에 녹아들지 못했다. 구자철도 기대와는 달리 걷돌았다. 공격 조율에 실패하며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어려운 경기를 이겼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상승세를 타고 회복도 빠를 것이다. 레바논전도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최 감독의 자신감이다. 이제 레바논전이다. 최 감독은 또 어떤 그림을 그릴까.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