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는 지난달 29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분요드코르전에서 0대1로 패했다. 안방에서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은 상심이 컸다. 감독 2년차이던 201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섰었다. 'K-리그의 자존심' 성남에게 '아시아 챔피언'의 기억은 언제나 바닥을 치고 올라가게 하는 무한 자신감의 원천이다. 16강 탈락은 감독에게도 선수단에게도 좀체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다. 신 감독의 올 시즌 시나리오에 16강 탈락은 없었다. "한번도 진다는 생각을 안해봤다. 탈락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분요드코르전 직후 A매치 휴식기가 시작됐다. 신 감독은 용인축구센터에서 가진 일주일간의 특훈에서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K-리그 사령탑 중 입담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신 감독이지만 선수들에겐 미주알고주알 잔소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프로라면 무엇이든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 탓이다. 올 들어 처음으로 선수들을 운동장에 30분동안 집합시켰다.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따끔한 말로 선수들을 독하게 다그쳤다. '팀을 위한 희생과 헌신, 강한 정신력'을 요구했다.
9일 경남전에서 신 감독은 전현철, 김현우, 김평래 등 1~2년차 신인들을 선발로 기용했다.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윤빛가람, 김성환과 호주대표팀에 차출된 사샤의 빈자리를 루키들이 채웠다. 에벨톤, 에벨찡요, 요반치치 등 외국인 삼총사를 벤치에 앉혔다. 모처럼 기회를 얻은 신인들의 투혼이 빛났다. '드래프트 1순위' 전현철이 전반 30분 선제결승골을 밀어넣으며 기대에 보답했다. 선발출전 2경기만에 터뜨린 프로 데뷔골이었다. 후반 44분 교체출전한 요반치치의 추가골이 터졌다. 부진을 털어낸 반가운 '부활포'였다. 결과는 2대0 승리. 주전들이 빠진 가운데 치열한 정신력으로 귀한 승점 3점을 따냈다. 1경기 더 치른 상황에서 승점 21(6승3무6패), 올시즌 최고 성적인 리그 7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경기 후 신 감독은 "16강 탈락 후 분위기가 다운됐다. 아픔을 겪으며 오히려 선수들이 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이기고자 하는 정신력과 몸놀림이 경남을 압도한 것 같다"며 승리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프로 데뷔골을 신고한 전현철 역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떨어지고 나서 팀 분위기가 안좋았다. 오늘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쓰라린 패배는 오히려 약이 됐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탈락의 아픔을 털어내고 또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K-리그, FA컵 우승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신 감독은 "K-리그에 올인해 순위를 바짝 끌어올려야겠다. 스플릿시스템 상위권 도약을 1단계 목표로, 9월부터는 우승을 목표로 달려가겠다. FA컵도 또 한번 잘해서 다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며 웃었다. 14일 리그 1위 FC서울 원정을 앞두고 "누가 진정한 명문인지, 성남이 왜 이렇게 우승을 많이 할 수 있었는지 보여주겠다"며 선제공격을 날렸다. '신공(신나게 공격)'의 자신감이 되살아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