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전신 OB는 82년 창단때 대전을 연고로 하다 3년 뒤인 85년 서울로 옮겼다. 서울 이전 첫 해 동대문구장을 홈으로 쓰던 OB가 이듬해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MBC 청룡과의 '한지붕 라이벌' 관계가 시작됐다. MBC가 90년 LG 트윈스로 바뀌면서 두 팀간 라이벌 관계는 더욱 극명해졌다. '같은 집을 쓰면서 누가 주인 행세를 해야하는가'라는 정서가 짙게 깔려있다.
그러나 두산은 82년부터 지난해까지 LG와의 상대전적에서 288승15무255패로 앞섰다. 2010~2011년 두 시즌 연속 LG를 상대로 11승2무6패, 12승7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시즌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LG가 두산의 천적으로 군림하고 있다. LG는 9일 두산에 6대2로 승리했다. 2-2 동점이던 5회 안타 5개를 몰아치며 4점을 뽑아 승부를 갈랐다. 두산은 에이스 역할을 하는 선발 이용찬이 부진을 보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5월4일 LG와의 시즌 첫 맞대결서 승리한 이후 LG전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대체 두산이 LG에 압도당하는 이유는 뭘까.
기록상으로는 팀간 투타 성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산의 LG전 팀타율과 팀평균자책점은 각각 2할3푼3리와 4.35다. 반면 LG의 두산전 기록은 팀타율 2할7푼, 팀평균자책점 2.22이다. 투타에 걸쳐 LG가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양팀간 7경기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LG가 압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3점차 이내 승부가 5경기나 됐다. 모두 4점차 이내에서 승패가 갈렸다. 라이벌다운 경기 내용이었다. 두산 입장에서는 뒷심 부족, 집중력 부족, 미세한 벤치의 오류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두산이 올시즌 타깃으로 잡은 팀은 삼성이다. 지난해 우승팀 삼성을 넘으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김진욱 감독의 목표 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삼성과 LG 모두 똑같은 '적'이지만, 상대적으로 LG에 대한 경계가 소홀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두산은 올해 삼성을 상대로는 6승2패의 우세를 보이고 있다.
두산의 LG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많이 희석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율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두산의 분위기로 자리잡았다. 김 감독은 LG와의 첫 3연전을 벌인 5월초 "다른 팀이 아닌 LG이기 때문에 올인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경기를 이기기 위한 최선의 준비를 할 뿐"이라고 말했다. 단지 LG에 패한 사실보다 LG전 6연패 과정 속에서 흐름상 잡아야 할 경기를 놓친게 몇번 있었다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무엇보다 LG의 전력 향상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올시즌 LG는 단 한 번도 승률 5할 밑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팀평균자책점 3.86은 8개팀중 3위다. 마운드가 안정을 찾으면서 연패 회수가 급격히 줄었다. LG는 이제 어느 팀을 만나도 두려움을 주는 존재가 됐다. 그만큼 LG가 이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고 보는게 옳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